한여름 펄펄 끓는 쪽방촌...서울시, 무더위쉼터 마련
쉼터마다 시설 차이 커...“향후 시설 보완 계획 有”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폭염이 저소득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최악의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게 지난해 증명됐다. 이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소득층 노인이 밀집한 곳에 ‘무더위쉼터’를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더위쉼터가 폭염으로 고통받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소중한 공간인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지정 장소마다 시설은 상이했다.

서울 종로구 인근 쪽방촌.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종로구 인근 쪽방촌.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해 8월 초 강원 홍천의 최고기온이 41도, 서울이 39.6도를 기록하는 등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최악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절절 끓는 무더위는 ‘폭염’이 단순 이상기온이 아닌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실제로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무려 4,526명이었다. 사망자는 48명으로 과거 5년치 평균인 10.8명의 약 4배 이상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욱 컸다. 지난해 폭염 환자는 40~60대까지 중장년층 환자가 53%로 절반 이상이었고, 65세 이상 고령자도 25.6%에서 30.6%로 5% 포인트나 증가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무더위가 취약계층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올여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쉼터’ 26곳을 마련했다. 무더위쉼터에는 에어컨과 샤워 시설, TV 등이 설치됐다. 이 중 10곳은 쪽방촌 거주자들을 위한 무더위쉼터다. 쪽방촌이 밀집한 종로구에 4곳, 중구 2곳 용산구에 2곳, 영등포구에 2곳 등 총 10곳이다. 10곳의 수용 가능 인원은 하루에 190명이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있는 새뜰집.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종로구 돈의동에 있는 새뜰집. (사진=이별님 기자)

쪽방촌 어르신 위한 ‘무더위쉼터’

특히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무더위쉼터는 올해 4월 22일 개관한 주민 공동이용시설 ‘새뜰집‘에 마련됐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19일 오후 새뜰집을 방문했다. 당시 낮 기온은 34도.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다행히 새뜰집과 쪽방촌의 거리는 걸어서 1분 정도였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무더위쉼터를 들어가 보니 에어컨 온도는 적당히 시원한 수준이었다. 무더위쉼터 안에는 카펫과 이불 등 누워서 쉴 수 있는 이부자리가 마련됐다. 가림막으로 햇빛이 차단돼 다소 어두웠다.

이날 무더위쉼터에서 본 주민은 4~5명. 모두 폭염을 피해 온 고령의 주민들이다. 새뜰집 인근에서 거주한다는 주민 A(여)씨는 “에어컨을 틀어줘서 이곳에서 쉬었다 가려고 한다”며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하거나 자고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무더위쉼터를) 다들 알고 많이 이용한다”며 “시원해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새뜰집에 위치한 무더위쉼터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종로구 돈의동 새뜰집에 위치한 무더위쉼터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돈의동 새뜰집은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한 취약 지역 지원 사업인 ‘새뜰마을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일대는 지난 2015년 해당 사업에 선정됐다. 새뜰집은 총 4층으로 구성됐다. 장애인 화장실과 샤워실, 빨래방,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구비됐다. 무더위쉼터는 4층에 위치한다. 이달 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평일 오전 9시에서 익일 오전 6시까지 21시간 운영한다.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이용할 수 있다. 주민 편의를 위해 남녀 방이 각각 따로 있다.

새뜰집 담당자는 “인근 거주자가 약 540명 정도 된다. 이분들에게 기본적인 상담과 물 등 물품 배급이 이루어진다”며 “환경 개선을 위해 각종 여가 프로그램을 지원해준다”고 소개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무더위쉼터의 경우 평일 기준 하루 평균 2~30명의 주민이 폭염을 피하기 위해 방문한다.

새뜰집 센터장은 “올해 개관해 건물 내부가 매우 쾌적하다”며 “(체감하는)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무더위쉼터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무더위쉼터 3층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같은 쉼터, 다른 시설 이유는?

같은 쪽방촌 무더위쉼터라고 시설 구비 정도가 비슷한 것은 아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무더위쉼터는 과거 파출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쪽방촌상담소에 마련됐다. 건물 1층과 3층에 남녀 방을 각각 따로 마련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신식 건물과 차이가 컸다. 창신동 무더위쉼터 관계자는 “3층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시는 주민분들도 계시지만, 편의상 1층을 주로 이용하신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체감하는 주민 만족도는 높다고 본지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물과 반찬 등의 물품을 제공하고, 각종 주민 프로그램도 달마다 진행 중”이라며 “주민 행사가 있을 때는 방문자 수가 하루 100명 가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가 없을 경우에는 평균 2~30명의 주민이 무더위쉼터를 이용하신다”며 “주민들이 만족해하신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이달 24일 방문했을 때도 대략 7~8명의 주민이 무더위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같은 무더위쉼터지만, 지역별로 시설이 상이한 점이 눈에 띄는 상황. 쪽방촌 무더위쉼터를 관할하는 서울시는 시설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비 사업 선정 여부와 관련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뜰집은 국토교통부 등이 추진한 ‘새뜰마을 사업’으로 선정돼 지어졌다”며 “창신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서울시는 시 차원에서 쪽방촌 인근 주민 공동이용시설의 보완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시설 보완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보완 계획은 비공개사항이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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