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선] 학자금대출, 전전(錢錢)긍긍한 청춘들
[청년시선] 학자금대출, 전전(錢錢)긍긍한 청춘들
  • 조유라 인턴기자
  • 승인 2019.08.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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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짐멜은 ‘젊은이가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다는 자체는 옳다’고 말했다. 우리는 갓 피어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주장을 얼마나 귀담아 듣고 있을까. <뉴스포스트>는 청년의 시선으로 그들의 솔직하고 뜨거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인이 부담해야 하는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670만 원이다. 과거에는 소 한두 마리 팔아 대학 진학이 가능해 우골탑(牛骨塔)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오른 탓에 대학이 사람의 뼈를 빼먹는다며 인골탑(人骨塔)으로 변하고 말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만만치 않은 등록금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노린다. 일정 성적 이상을 거둔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거나, 특성화 학과 신입생 전원에게 일정 수준의 장학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우수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장학금 제도를 갖고 있다. 기본적인 성적 장학금은 기본이고, 자격증이나 토익시험, 학교 자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장학금을 지급해주는 경우, 근로 장학생들을 늘리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 다이어트나 금연에 성공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주는 등 각종 이색 장학금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각종 명목하에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학금들의 대부분은 전액 장학금이 아니라 일부 장학금이다. 학비 전액을 감면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만 면제되므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찾기 힘들다. 게다가 한번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다시 장학금을 받는 게 까다로워져 같은 학생이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받는 것도 드물다. 학교 측에서는 기존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보다는, 새로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직장이 등록금 공제 대상일 경우(주로 공공기관이나 유수 대기업) 등록금 걱정이 사라진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애초부터 집안 자체가 중산층 이상으로 가정 형편에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등록금을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서민 학생들은 값비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몇몇 대학들은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액 장학금이나 기숙사 우선 등록 등 많은 혜택들을 입학 전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몰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을 기회가 적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각종 장학금 제도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다소 덜어주긴 하지만, 이런 장학금 혜택이 많은 학생들에게 고루 퍼지지 못하므로 장학금만으로는 등록금 문제를 완전히 해결 할 수 없다.

장학금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자금을 대출받는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자금은 대학(원)이 통보한 등록금(입학금 + 수업료) 및 학생의 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비(숙식비+교재구입비+교통비 등)로 구분한다. 학자금 대출제도의 종류는 연간소득금액이 상환기준소득을 초과하거나 상속·증여재산이 발생한 경우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상환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거치 기간 동안 이자 납부 후 상환기간 동안 원리금을 상환하는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 농어촌 출신 학부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농촌출신대학생 학자금융자 등이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은 "빚을 갚아야 (대출받지 않은 학생들과) 출발선이 같아진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졸업 후 취직 걱정은 물론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은 "빚을 갚아야 (대출받지 않은 학생들과) 출발선이 같아진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졸업 후 취직 걱정은 물론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학자금 대출로 신용 8등급...출발선이 달라요”

학자금 대출을 받았거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알바경험이 있는 강지민 양(22·가명), 이세은 양(27·가명), 김동현 군(25·가명) 세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왜 대출을 받아야 했을까.

강지민 양은 “이자 부담이 적어서 우선 학자금을 신청하고 부모님과 함께 갚을 목적으로 빌렸다”고 답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최악의 경우에는 본인들이 상환하겠다고 하셨지만 사실상 내 명의에 달린 빚이고 갚지 못한다면 빚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했다. 김동현 군은 “등록할 돈이 당장에 모자라서 대출했으며 신청하는 김에 생활비도 함께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세은 양은 “대학 등록금은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대출을 받았다”며 “대학 진학도 나의 선택이고, 성인은 본인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나이고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신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겠지만, 우리 집은 그럴 여유가 없었고, 내 생각에도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학자금을 대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사이다. 단순히 학자금 목적이 아닌 생활비 대출을 함께 받은 이도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고 한다.

강지민 양은 “약 2,000만 원 정도 대출했고 현재는 다 갚았다”고 밝혔다. 또 “등록금을 납부할 당시에 집안에 돈이 없었고 부담이 가장 적은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다”며 “부모님의 지원과 함께 학교에서 하는 봉사장학금과 공모전 상금 그리고 학기 중에 편의점과 개인 카페 알바를 하면서 빚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김동현 군은 “생활비 명목으로 600만 원, 학자금으로 180만 원을 대출했고 학자금은 9만 원 남짓 남았고 근로장학생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세한 상환에 대해 묻자, “등록금이 330만 원 정도인데 국가장학금 1유형으로 170만 원 정도가 감면이 된다. 차액은 우선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했고, 추후에 나오는 국가장학금 2유형 및 타 기관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대부분의 대출금을 상환했으며,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한 600만 원은 취업 후 상환 대출금으로 입사 후 매달 30만 원 씩 갚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세은 양은 “취업 후 상환 계획으로 학자금을 대출했고, 그중에서 여유가 있을 때는 부모님께서 상환해주신 금액도 있었다”며 “학원 강사 알바를 했었는데 월급이 들어오면 바로 상환했고, 다달이 자잘한 학자금 이자를 내는 게 아깝고 싫어서 적금을 중도해지하고 갚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강지민 양은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며 “알바가 새벽 1시에 끝나는데 그럼 학교 과제나 학업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시험 기간에는 알바 중간중간 전공서적도 보고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공부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동현 군은 “아무래도 학업에만 신경쓸 때보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며 “근로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아무래도 공부할 시간이 적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세은 양은 “전공이 교육계열이라 교생실습과 학원 알바 등을 하면서 운 좋게 공부하면서 돈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원을 진학하고서는 아무래도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없겠다 싶어서 휴학하고 알바를 해서 학자금을 모은 다음에 복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출금 상환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었다. 먼저 대출을 전부 상환한 강지민 양은 “후련했다”며 “요즘은 모바일 이체 어플로 신용등급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매번 7등급 8등급이 나왔었다. 겉보기로는 친구들이나 나나 똑같은데 신용등급은 4등급이나 떨어져 있어서 ‘취업 못하고 빚을 갚지 못하면 정말 갑갑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빚을 다 갚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3등급이 됐는데 그제야 출발선이 같아진 기분이 들었다. 매년 연말에 상환자라고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너 돈 갚아야해!’하고 압박을 받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김동현 군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으로 취업 후 차근차근 갚아나가다 보면 ‘다 갚았네’할 날이 오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다 갚은 다음엔 다시 차근차근 돈 모으기 시작할 것 같다“며 “게임 아이템 구매 등 소소한 사치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세은 양은 “월세 보증금과 모은 돈을 다 털어서 잔액이 0 이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라며 “한 번 갚고 난 다음 내 ‘생에 다시는 빚은 없어!’라고 외쳤는데, 대학원 등록금으로 학자금 대출을 다시 받았다. 한 번 경험이 있으니 ‘금방 다시 갚을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지금의 일이 재미있고 당분간은 계속 여기서 일을 하며 다시 돈을 모아서 갚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학자금을 대출받았다. 낮은 금리로 다른 대출에 비해 덜 부담스러워서 신청했지만 돈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막막해진다고 한다. 한 학기 대학을 다니는데 학료를 운영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지 교육이 언제부터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것인지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한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293개 사립대가 개교 이래 교육부나 감사원에 적발된 비위 금액은 2,624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청춘을 저당 잡은 대학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조유라 인턴기자 newspost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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