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그 후] 잿더미 된 장애인들의 ‘자립의 꿈’
[화재, 그 후] 잿더미 된 장애인들의 ‘자립의 꿈’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11.0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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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콩나물 공장 화재...불탄 장애인 자립의 꿈
원상 복구에만 20억 이상...“도움의 손길 절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많이 어려운 상황이죠”

지난 5일 우리마을 원장 이대성 신부가 불타버린 콩나물 공장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5일 우리마을 원장 이대성 신부가 불타버린 콩나물 공장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한평생 장애인 자립 운동에 헌신한 김성수 대한성공회 대주교는 지난 2000년 인천 강화에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을 설립했다. 우리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콩나물 생산직과 단자 부품 조립,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직업재활시설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일자리와 주거, 문화생활이 한데 어우러진 공동체는 강화에 터를 잡은 지 어느덧 20년이 돼가고 있었다.

헌신적인 종교인들의 사랑과 복음으로 평화만 지속할 거 같았던 우리마을. 하지만 이곳은 최근 화재 사고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수익금 대부분이 나오는 콩나물 공장이 전소됐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7일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새벽 시간이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장 내 설비와 건물 등이 모두 타버렸다.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고 있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기 누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7일 화재로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안에 있던 콩나물들은 불탔다. 일부는 자연적으로 부패하기 시작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5일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안에 있던 콩나물 일부가 부패하기 시작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달 7일 화재로 전소된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에서 타다 남은 콩나물 원두들이 뒹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5일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에서 타다 남은 콩나물 원두들이 뒹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달 5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재가 진압된 지 약 한 달이 됐지만, 공장 건물 외부에 칠해진 검은 그을음과 탄 내음은 그날의 화재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생생하게 알려줬다. 우리마을의 원장 이대성 신부는 본지 쥐채진에 “얼마나 화재 열기가 뜨거웠으면 천장 위 철골이 다 휘었겠는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발화 지점 내부는 더욱 심각했다. 공장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출하를 앞둔 콩나물은 새까맣게 타버렸고, 사방에는 흐트러진 콩나물 원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품성을 완전히 잃은 콩나물과 원두에는 날벌레 때가 가득 꼬였다. 부패한 콩나물 냄새가 탄 내음과 섞여 코를 찔렀다. 이 신부는 “콩나물 배송 차량에 실리는 자리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며 “불이 공장 전체를 완전히 다 태워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화재로 불탄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정문. 공장의 정식 명칭은 ‘베드로 콩나물’이다. (사진=이별님 기자)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정문. 공장의 정식 명칭은 ‘베드로 콩나물’이다. (사진=이별님 기자)

‘우수농산물’ 인증도 받았는데

이 신부에 따르면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의 정식 명칭은 ‘베드로 콩나물’이다. 연평균 매출 18억 원에서 20억 원을 달성하는 콩나물 공장은 우리마을의 주요 수입원이다. 발달장애인 50명의 생계를 책임질 뿐만 아니라 우리마을 전체 운영비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로부터 우수 농산물 인증(GAP)을 받을 만큼 품질이 좋은 이곳의 콩나물들은 풀무원과 같은 유명 대기업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협동조합에도 납품돼 왔다.

하지만 콩나물 공장이 다시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거라고 이 신부는 전망했다. 그는 “화재 발생 직후 바로 공사에 들어갔으면 6개월이 걸렸을 것이다”라며 “건물 철거는 내일(6일)부터 시작하고, 건물 설계나 인허가 과정 등을 다 고려하면 1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을 지은 후 기계 설비를 들여놓고 하는 과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신부는 “공장이 약 300평인데, 건물 짓는 데에만 12~13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공장 내부의 설비와 기자재도 10억 원 가까이 든다. 다 합치면 20억 원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화재 복구 비용에 20억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화재 보험금은 약 7억 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포장지나 박스 등을 납품해주는 업체에 대금 결제를 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이 신부는 전했다.

지난 5일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5일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 내부. (사진=이별님 기자)

장애인 50명 자립의 꿈 앗아가

우리마을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도 심각하다. 콩나물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총 20명이고, 나머지 30명은 일명 ‘두꺼비집’의 단자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품 조립은 사실상 수입성이 없기 때문에 월 매출 1억 5천만 원의 콩나물 공장 수익금으로 부품 조립 노동자까지 급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50명의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은 노동 시간에 따라 월급 차이는 있지만,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단 한 번의 화재로 발달장애인 50명의 수입이 사라진 현실. 부모가 생계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수급자 신분이거나 무연고자, 가정의 주요 수입원을 담당하는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다. 이 신부는 “생계가 어려워진 분들은 민간복지재단 등을 통해 긴급 지원을 연결해드리고 있다”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콩나물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화재 이후 대부분 수익이 전혀 없는 부품 조립 일을 대신 하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호해줄 형편이 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시설에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수는 생계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시설을 퇴소하기도 했다. 이 신부는 “퇴소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으면 부정수급이 되기 때문에 일부는 퇴소를 선택했다”며 “하지만 가정에서 케어가 안 되는 분들은 부모님들이 퇴소 결정을 섣불리 못하고 계시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7일 화재로 전소된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의 발화 지점.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달 7일 화재로 전소된 인천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의 발화 지점. (사진=이별님 기자)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복구에 협조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신부는 “공장 건축은 보건복지부나 인천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며 “아직 금액을 지원받지는 않았지만, 협조가 잘 돼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처 역시 협조적인 편이다. 그는 “거래처는 납품을 중단한 것에 대한 페널티를 물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떻게 하면 빨리 복구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해주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재 복구와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의 업무 복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우리마을은 후원계좌를 열고 긴급 생계비와 공장 재건비가 필요하다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이 신부는 “공장 내부 설비 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도와주고 계시지만, 여전히 후원이나 긴급 지원 등이 필요한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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