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최근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중에 따른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새벽 배송 자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며 택배 업계에서 각각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저녁 시간 배송 업무를 진행하는 택배 노동자 모습 (사진=홍여정 기자)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며 택배 업계에서 각각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저녁 시간 배송 업무를 진행하는 택배 노동자 모습 (사진=홍여정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이다. 이달 들어서 4명의 택배업 종사자들이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배송 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최근 추석 물량까지 겹치며 업무 강도가 가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에 대한 특별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21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물류현장을 찾아 택배 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었고, 2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마포 터미널을 방문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을 정기 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일 배송‧새벽 배송’을 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SNS 상에서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메시지와 간식을 준비한 인증샷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택배기사님힘내세요’, ‘#늦어도괜찮아’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택배기사를 응원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벽배송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벽배송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이 모씨(35)세는 “최근 자꾸 택배 기사님들 관련해 안 좋은 소식이 들려 이제 새벽 배송을 안시키려고 한다”며 “생각해보니 뭐가 그리 급하다고 새벽에 받으려고 했나 싶다. 좀 여유를 갖고 웬만해선 발품 팔아서 동네 슈퍼를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주부 정 모씨(33)는 “목숨보다 귀한 건 없는데 자꾸 사망 소식이 들려 마음이 좋지 않다.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4층이라 왠만해서는 무거운 것은 직접 마트에서 구매하려고 한다. 주말에 집중된 물건 때문에 화요일은 기사님들이 늦게까지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금요일을 포함해 토,일 주말 구매도 자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윤 모씨(29)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보고 생각해보니 최근 밤 늦은 시간에도 택배차를 집 앞에서 봤었다. 반품할 물건이 있어 방문하신다는 기사분을 위해서 ‘감사하고 건강하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마스크와 피로회복제를 봉투에 넣고 일을 보러 나갔다. 이후 돌아와보니 운송장 뒤에 ‘감사하다’라는 말이 적혀있더라.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택배 업계는 과로사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6일 한진택배는 다음달 1일부터 심야 배송을 중단하고 화‧수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을 다른 날로 분산한다. 또한 택배기사 분류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분류지원인력 1000명을 다음 달부터 투입한다.

올해 들어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CJ대한통운도 지난 22일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투입하고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해 전체 근무시간을 단축시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다음 달부터 분류지원인력 1000여 명을 투입한다. 또한 택배기사의 산재보험‧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이를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도 실시한다. 또한 자동화 설비 도입 등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5000억 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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