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국내에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 수가 300명대를 유지하는 등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감염병 확진 환자들이 중등 교원 임용고시를 치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시험을 준비하던 응시생들의 기회가 박탈된 상황. 교육 당국이 확진 환자를 위한 매뉴얼을 사전에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상징과 같은 컵밥 거리. 코로나19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상징과 같은 컵밥 거리. 코로나19와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는 349명이다. 이달 11일부터 2주째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과 8월에 이어 대규모 유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의 대유행 사례가 특정 집단과 관련돼 있다면,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전국 언제 어디에서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와도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상황. 수많은 수험생이 몰려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역시 감염병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곳에 위치한 임용단기 학원에서 이달 18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확인된 것이다.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수험생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 1차 시험(이하 ‘임용고시’)’가 당장 코앞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달 21일 치러진 임용고시에서는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 142명을 포함한 진단 검사 대상자 537명이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응시생들은 시험을 볼 기회마저 박탈됐다. 이번 임용고시에서 응시생 67명이 응시를 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했던 응시생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실제로 응시생 중에서는 장수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확진 응시생들을 위한 사전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앞서 교육부는 내달 3일 예정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확진 환자가 시험을 응시하도록 가능하게 조치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고시는 아니다. 응시생들 중 확진 환자가 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닌데도 교육 당국은 이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67명의 임용고시 응시생이 기회를 박탈당했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피감 기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피감 기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뉴시스)

“확진자 응시 불가 부당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태를 예견한 듯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정부는 1년에 단 한 번 보는 시험에 모든 걸 걸었을 수험생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같은 달 17일에 치러진 지방직 7급 시험 역시 확진 환자에 대한 응시 대책 없이 치러졌다.

아울러 박 의원은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감염 사실을 숨기게 하는 요인이 있어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실제로 임용고시 응시자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커졌다. 해당 응시자는 시험 전날 진단 검사를 받았으나 검사 결과가 시험 종료 직후에 나와 별도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었다.

당초 박 의원의 지적은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를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빗대어도 무리한 지적이 아니다. 논란은 지속되지만, 교육부는 67명의 미응시자들에 대한 구제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임용고시를 포함한 모든 국가고시에 확진 환자가 응시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수능은 확진 학생들이 병원 시험실에서 볼 수 있는 데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 가능한 것”이라며 “지자체 등과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고시를 수능과 비슷하게 준비하기에 시간적, 비용적, 인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 당국은 추가적인 구제 방법이 없다고 했지만, 시험을 보지 못한 응시생들은 대응에 나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시험을 치르지 못한 응시생들 사이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준비 중이다. 또한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학원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해당 학원에 대해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질병관리청과 서울시, 동작구청 및 보건소, 서울시교육청, 동작교육지원청 등과 함께 노량진 임용고시학원을 상대로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알아 볼 예정이다. 방역 소홀로 인한 집단 감염이 확인될 경우 해당 학원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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