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대형학원 줄줄이 휴원
공부할 장소 사라진 공시생들, 주변 카페로 모여
조용해진 노량진 학원가에 주변 상인들 울상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사람들이 확 줄었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잖아. 3월에 학원들 휴원했을 때도 비슷했어.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됐네” 노량진 학원가에서 컵밥 장사를 하는 A씨는 점심시간에도 한가한 가게를 지키며 이렇게 말했다.

대형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 학원가 (사진=홍여정 기자)
대형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 학원가 (사진=홍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대형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 학원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방혁체계를 2단계로 격상, 300인 이상의 대형학원에 오는 30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상황. 이에 대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갈 곳을 잃었고 주변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7급 공무원 시험 일정을 한 달 앞두고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되며 공무원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7급 국가직 시험을 준비 중인 박 모씨는 “앞서 9급 시험이 한 차례 밀린걸 경험한터라 혹시라도 또 그럴까 불안하다”며 “그래도 연말이기도 하고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예정대로 진행될것 같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학원에 나가면 정보를 공유 할 친구와 선생님도 있는데 이번에 다시 문을 닫으면서 어렵게 됐다”며 “하루가 다르게 여러 소식이 나오고 코로나 변수가 커지는 상황서 나만 정보를 놓치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노량진에 위치한 한 대형 학원에 임시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홍여정 기자)
노량진에 위치한 한 대형 학원에 임시휴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홍여정 기자)

기자는 지난 25일 정오께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했다. 9호선 출입구로 나와 중심부로 걸어가는데 12시가 가까워오는 시각에도 한산했다. 박문각 등 유명 대형학원의 출입구는 굳게 잠겨있었다. 유리 문 앞에는 ‘8월 30일까지 휴업한다’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쉬는 시간에 맞춰 쏟아져 나오던 학생들이 사라지자 주변 상권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였다. 골목골목 들어선 음식점들을 살펴봐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규모가 꽤 큰 고깃집임에도 불구하고 식사하고 있는 손님은 한 명 뿐인 곳도 있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린 맥도날드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곳을 제외하더라고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매장 내 식사를 하는 손님들도 식사가 끝난 후 재빨리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공시생들의 한끼를 책임지던 컵밥 가게들도 드문드문 오픈했지만 정작 손님들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점심시간. 노량진 학원가 주변이 조용하다(사진=홍여정 기자)
점심시간. 노량진 학원가 주변이 조용하다(사진=홍여정 기자)
한산한 노량진 컵밥 거리(사진=홍여정 기자)
한산한 노량진 컵밥 거리(사진=홍여정 기자)

이 날 오후 서울의 날씨는 30도가 넘었다. 마스크를 쓰고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자니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손에 든 부채도 소용이 없었다. 잠시 땀을 식히고자 큰 길 카페를 돌아다녔다. 4층 규모의 한 카페를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 거리에서 볼 수 없었던 공시생들이 이 곳에 모여 있었던 것.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고 중간 자리도 사람들로 차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자리를 옮겨 스터디 카페에도 기웃거려봤지만 이미 만석이었다. 건너편의 2층 규모의 카페로 들어가봤다. 이 곳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띄엄띄엄 앉아 있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돼 자리를 맡았다.

이들은 혼자서 혹은 삼삼오오 모여 두꺼운 책을 쌓아두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직원이 주문을 받으며 마스크 사용에 주의를 줘서 그런지 음료를 마실 때 빼고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콘센트를 차지하기 위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겠지만 지금은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쓰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옆에서는 20대로 보이는 남녀가 “나폴레옹~”을 말하며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슬쩍 느껴지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에 그제야 이 곳이 전국 팔도 공시생들이 몰리는 노량진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노량진 역 근처 한 카페의 모습. 거리두기를 유치하며 사람들이 앉아있다(사진=홍여정 기자)
노량진 역 근처 한 카페의 모습. 거리두기를 유치하며 사람들이 앉아있다(사진=홍여정 기자)

까페에서 만난 이 모씨는 “집에서 공부하는게 제일 안전하겠지만 집중이 잘 안되서 나오게 됐다”며 “주변에도 보면 집에 있기 보다 일반 카페나 스터디 카페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길에서 만난 장 모씨는 ”올해 초 노량진 근처에 방을 구해서 시험 준비를 해왔는데 집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나 생각이 든다“며 ”현장강의를 들으려고 서울로 온 건데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면서 중간중간 휴원도 많아지니 고민이 된다“며 토로했다.

7급 국가직 시험을 준비 중인 윤 모씨는 ”올해 한 차례 코로나 때문에 시험이 미뤄지면서 다들 불안해했다“며 ”내년부터 PSAT가 도입되는데 공시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어떻게는 합격한다는 의지로 공부하고 있는데 다시 확산된 코로나 상황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