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혈액 부족에 팔 걷어붙인 시민들
-“헌혈 통한 감염 우려 안해도 돼” 동참 호소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헌혈을 하는 시민들이 줄어들면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혈액 보유량이 주의단계에 진입했다’는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현재 혈액수급 상황은 어떨까. 지난 24일 <뉴스포스트>가 경기도 내 ‘헌혈의집’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혈액 부족’ 재난문자 발송 이후 찾아간 ‘헌혈의 집’
기자가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헌혈의집을 방문한 시각은 오전 11시. 이미 대기실과 채혈실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기자의 대기번호는 ‘5’번.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현혈 봉사자들이 4명이나 있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발열체크를 마치고 전자문진을 실시했다. 기자는 꽤 오래전에 헌혈을 했었기 때문에 이 전자문진 시스템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호흡기 증상, 해외여행 경력, 약물복용, 지병 등을 확인하는 1차 문진이다. 문진을 할 수 있는 부스는 3곳. 각 부스마다 가림막과 손소독제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기실은 중간중간 ‘거리두기’ 표시가 되어 있어 한 칸씩 띄어서 앉을 수 있도록 했고, 음료가 구비된 냉장고는 문 앞에 비치된 비닐장갑을 끼고 열고 닫도록 해놓고 있었다.
헌혈봉사를 하러는 시민들은 꾸준히 들어왔다. 헌혈의 집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는 일반헌혈보다 지정헌혈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지정헌혈은 수술을 앞둔 가족이나 지인 등을 위해 헌혈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날 구리 헌혈의집에 방문한 임현식(72·가명)씨는 “가족이 수술을 하는데 병원에서 혈액이 부족하다고 지정헌혈을 하라고 해서 왔다”며 “70세가 넘으면 안된다는 걸 몰랐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문진실로 들어가자 간호사가 혈압체크를 하고 문진을 토대로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그리고 네 번째 손가락 끝에 바늘로 피를 채취해 최종적으로 헌혈이 가능한지 알려줬다. 예전 빈혈 진단을 받아 헌혈을 못했던 기억이 있어 조금 긴장했지만 다행히 통과했다.
채혈실에는 8개의 채혈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채혈을 하는 시민 5명을 간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었다.
기자는 전혈헌혈을 하기로 했다. 전혈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을 채혈한다. 다음 헌혈까지는 약 2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외에 성분헌혈(혈소판성분헌혈·혈장성분헌혈·혈소판혈장선분헌혈)이 있다. 성분헌혈은 혈액 가운데 일부 성분만을 분리해 채혈하는 것으로 나머지 혈액 성분은 다시 헌혈자에게 되돌려주게 된다. 다음 헌혈까지 2주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연 24회까지 가능하다.
전혈 헌혈의 소요시간은 5분. 지혈하고 휴식시간까지 포함해 약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문진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조금 소요돼 50분 정도 헌혈의집에 머물렀다.
채혈을 하고 휴식을 하는 동안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그리고 2명밖에 없던 간호사들도 어느새 6명이 돼 업무 분담을 하고 있었다.
헌혈의집 구리센터 간호사는 “이 곳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긴 하다”며 “구리에 거주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남양주, 양평, 청평 등지에서도 오신다. 그 곳에는 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차량이 있으면 하남이나 의정부 쪽으로도 넘어가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김용준 씨(36·가명)는 구리센터에서 약 4년간 200번 넘게 헌혈한 단골 봉사자다. 올해도 성분헌혈로만 24회를 채웠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혈액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금이나마 어려운 상황을 돕고자 주기를 맞춰서 헌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혈을 통한 감염 우려 안해도 돼…많이 동참해달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헌혈의집 방문자가 전체적으로 줄었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작년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자정 기준 혈액이 적정량인 5일분이 60%(2.8일분)까지 떨어지자 18일 헌혈 동참을 호소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18일 이후 5일간 전혈 기준 하루 평균 약 6000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지난주 하루 평균 4770여 명이 참여한 것에 비해 매일 약 12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24일 기준 혈액보유량은 4일분으로 주의단계는 벗어났지만 적정보유량에는 아직 1일분이 부족하다.
현재 헌혈의집은 매일 자체소독과 주기적으로 전문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문진실 가림막 설치 및 채혈침대 간격 조정, 예약헌혈 활성화를 통해 특정시간에 헌혈자가 밀집되지 않도록 하는 등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헌혈에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없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은 인공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헌혈에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