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차이즈 카페 ‘제한 영업’, 개인 카페·음식점 ‘유기한 영업중지’ 또는 ‘폐업’
- 현장서 만난 공인중개사 “주택 매물 없는데, 상가 매물 많다”
- “상가 매물에 ‘코로나 특약’하는 사례 있어...건물주도 동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임대차3법 이후로 주택 매물은 씨가 말랐어요. 가뭄에 콩 나듯 올라와도 투룸 기준 2억 7천 하던 게 3억 7천합니다. 상가요? 있어도 안 나가죠.”
<뉴스포스트>가 8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만난 박모(39) 공인중개사 얘기다. 그는 “스무 살에 부동산중개업에 첫 발을 들인 지 20여년 만에 상가 경기가 이렇게 암울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에 서울 상가 2만 1,178개가 사라졌다. 서울 상가는 1분기 39만 1,499개에서 2분기 37만 321개로 줄었다. 지속된 경기 침체에다 지난 2월 창궐한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음식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114는 1분기 대비 2분기에 음식업은 13만 4041개에서 12만 4,001개로 1만 40개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유흥업소와 피시방 등 상가도 같은 기간 10.8% 줄었다. 이외 편의점과 마트, 미용실, 인쇄소 등 생활서비스 업종을 영위하는 상가도 이 기간에 3,000개 이상 문을 닫았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서울 송파구 일대를 찾았다. 취재진은 현장을 돌며 상가 공실 사태의 민낯을 짚어봤다.
프랜차이즈 카페 줄 쳐놓고 포장 영업...개인 음식점은 유기한(有期限) 휴업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2.5단계 시행에 따라 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장 내에서 음식과 음료를 섭취할 수 없다. 포장과 배달 영업만 가능하다. 본래 지난 6일까지였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찾은 송파구 일대 프랜차이즈 카페들 모두 매장 영업을 중지한 상태였다. 업주들은 프랜차이즈 카페의 의자를 뒤집어 사용금지를 알리는가 하면, 테이블과 의자에 줄을 걸쳐 사용 제한을 표시했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영업에 제한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였다.
반면 개인 카페나 음식점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오는 13일까지 유기한 휴업을 공지하고 있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종료까지 영업 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음식점과 주점 등에서 저녁 9시 이후 취식이 금지된 데 따라, 인건비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골목골목마다 빈 상가들...“코로나 사태 이어지면 내년 초 유령도시 될 수도”
유동인구 밀집 지역 상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대로변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자, 빈 상가들이 속출했다. 영업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폐업한 상가들도 눈에 띄었다. 빈 상가 몇 곳은 코로나19 발발 전 취재진도 방문했던 개인 카페나 음식점이었다. 폐업한 상가 배경이 궁금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찾아 사정을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공인중개사 박모(39) 씨는 “주택 매물은 씨가 말랐는데, 상가 매물은 많다”면서 “요즘 상가 매물은 거래가 쉽지 않은 데다, 이른바 ‘코로나 특약’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국어학원으로 쓸 매물 계약을 성사했는데, 입주자가 ‘코로나 특약’을 요구했고 건물주도 받아들였다”고 했다.
‘코로나 특약’은 ‘코로나19 등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기간 동안 월세를 내지 않는다’는 특수한 조건을 붙인 약속이다. 입주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 월세를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해 코로나 특약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박 씨는 “대부분 건물주들도 보증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특약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A씨도 “주택 매물은 거의 없는데, 상가 매물은 폐업하는 업자가 많아 계속 나오는 형편”이라면서 “방금도 상가 매물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몇 곳을 둘러보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권리금까지 챙기는 매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내년 초쯤 상가 공실 사태가 크게 생기면서 상가 밀집 지역이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유흥업소가 밀집한 논현역 인근에 공실 상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는 70~80평 기준 한 달 월세가 수천 만 원에 달하는 곳이라 영업을 제한하면 폐업하는 곳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1년 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입주하는데, 이 상태로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 보증금이 전부 까여 나가야 하는 상가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 도시, 유령도시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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