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이태원 거리...상인들 시름
인근엔 학교와 노년층 쉽게 볼 수 있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젊은이들도 아니고 코로나 19도 무섭고, 뉴스에서 매일 오고. 아휴 불안하지. 불안하고 말고”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 거리.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 거리.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3일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는 영상 20도를 웃도는 포근한 기온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도 한산한 분위기다. 국내에서 코로나 19 확산이 한풀 꺾여가던 이달 초 이태원 일대 남성 성 소수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이 젊음의 거리를 단숨에 멈추게 만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용인 66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그 날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린 탓에 서울은 물론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감염이 확산했다.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을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까지 진행됐다.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에 서울시는 이달 9일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거리 곳곳에서는 ‘집합금지명령’ 딱지를 붙이고 문을 닫은 업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감염병이 확산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인파에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성행했던 곳이다. 클럽 등 유흥시설을 제외한 일반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지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도 인근 상점에서 손님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태원 인근에서 수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19 여파로 어렵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람들이 없는데,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원래 여기는 평일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했는데, 지금 거리를 봐라. 맨 뉴스 촬영 아니면 차들밖에 없지 않냐”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이태원 클럽 일대는 평일 오후임을 감안하고도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오고가는 차들 소리가 더욱 거셌다. 반면에 코로나 19 이슈를 취재하려는 언론은 내외신을 막론하고 군데군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A씨는 “코로나 19로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며 “사람은 없고 맨 기자들만 취재하러 온다”고 한탄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등교 연기로 정문이 굳게 잠겨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등교 연기로 정문이 굳게 잠겨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코로나 19 여파, 주민 불안 증폭

이태원 클럽에서 파생된 집단 감염 사례의 여파는 상인들의 경제적 타격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역시 증폭시켰다.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클럽에서 조금만 걸으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등교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찔했을 상황이 쉽게 예상된다. 학교 정문은 등교 연기로 굳게 잠겼고,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운동장은 텅 비어 고요했다. 

초등학교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는 주택가가 밀집했다. 주택가에서는 잠시 밖에 나와 햇볕을 쐬는 노년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노년층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70대 B씨는 본지에 “젊은이들도 아니라 많이 무섭다. 뉴스에도 매일 나오고 불안하다”며 “젊은 사람들이 조심하지 못한 거 같다”고 일부 부주의한 젊은 층의 행태를 지적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유흥시설에 집합명령금지를 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은 이태원 곳곳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본지 취재진이 생수를 구매하기 위해 잠시 들른 인근 편의점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과 점원의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 점원은 고객을 향해 “다음부터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절대 오지 말아라”라고 강하게 경고했고, 계산을 마친 고객은 황급히 매장을 나갔다.

해당 점원에게 본지 취재진이 이태원 클럽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 “묻지도 말아라. 손님들이 하도 불안해하고, 물어봐서 말을 안 해주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상인들의 분위기를 묻자 역시 고개를 크게 가로 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코로나 19 확산세가 꺾여갈 무렵 코로나 이태원 소재 클럽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일대 상권은 얼어붙었고, 주민들은 불안에 호소하고 있다. 남성 성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확인돼 진단 검사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방역 당국은 익명 검사를 진행하면서 자발적 검사를 유도하지만 당분간 이태원을 강타한 쇼크는 지속할 거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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