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3차 대유행...누적 7만 3,500명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우한 폐렴’은 코로나19 또는 코비드19라는 이름으로 이웃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 확산됐다. 정치적,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한국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짧으면서도 길었던 1년. 그동안 코로나19는 한국 경제와 국민 생활 전반뿐만 아니라 소중한 인명까지 앗아갔다.

폐렴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해 1월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경찰들이 폐쇄된 기차역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폐렴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해 1월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경찰들이 폐쇄된 기차역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일 이날은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1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 30대 여성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로 기록된 여성은 치료를 받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인 최초의 코로나19 환자는 같은 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확진 환자 수는 한 자릿수 남짓한 규모로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보다는 자세한 역학 조사를 중심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확진 환자들에 대한 투명한 동선 공개는 국민들의 찬사와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을 동시에 받았다. 개인 간 전파를 일으킨 일부 확진 환자들이 국민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태도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국 정부가 감염자가 폭발하는 우한시를 봉쇄한 가운데, 인근 국가인 한국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이날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이날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면1. 신천지예수교회와 마스크

감염의 공포는 소리 소문 없이 엄습했다. 지난해 2월 18일 국내 31번 환자가 대구에서 발생한 이후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시작됐다. 31번 환자는 대구 신천지예수교회 신도였다.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자릿수 남짓했던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는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방역 당국은 훗날 이를 국내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국내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했던 60대 남성이었다. 대구 인근 지역이던 경북 역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대남병원은 집단 감염의 중심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확진 환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29일에는 하루에만 90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철저한 방역을 자신했던 한국은 단숨에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충남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됐다. 대구 지역 집단 감염의 온상이던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은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기도 했다.

1차 대유행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전국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예방에 필수 물품인 마스크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비판은 거세졌다. 마스크 대란은 3월 9일 정부가 약국에서 ‘마스크 5부제’ 대책을 마련한 이후에야 잠잠해졌다.

지난해 5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는 집단 감염 발생 방지를 위해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해 5월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는 집단 감염 발생 방지를 위해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장면2. 4·15 총선과 이태원 클럽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월 초순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는 점차 감소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대책, 시민들의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율 등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탈바꿈한 것이다. ‘K 방역’이라는 말이 이때부터 생겼다. 하지만 감염병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개학이 4월로, 수능이 12월로 미뤄졌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시국에서 치러졌다. 자칫하면 집단 감염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소 곳곳을 소독하고, 유권자들에게는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1차 대유행을 진압하고,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를 안정세로 만든 정부에 유권자들의 표심이 기울었다. 선거 관련한 집단 감염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한국에 다시 영향을 미쳤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일대에서 해외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5월 7일 이태원 일대 클럽을 방문한 2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총 277명의 확진 환자가 이태원발로 밝혀졌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 감염은 여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걸린 집회 금지 관련 현수막.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걸린 집회 금지 관련 현수막. (사진=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장면 3. 사랑제일교회와 질병관리청

지난해 여름 최악의 장마가 이어지면서 확진 환자 수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또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279명의 신규 환자가 확인됐다. 국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는 같은 달 27일 441명까지 치솟았다. 보수 단체 집회 특성상 고령층 참가자가 많아 사망자와 위중 또는 중증 환자가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5단계 개편 전 기준)까지 오르면서 자영업자와 관광업 등 관련 업계의 경제적 타격은 심화했다. 5월과 9월 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이 지원됐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다. 감염병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방역을 책임지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초대 질병관리청장이 됐다. 정 청장은 9월 14일 기념사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발생할 신종 감염병에 대해 더 철저하게 대응하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뜻과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결과”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법무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종이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법무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종이를 창문 밖으로 내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면 4. 수도권과 동부구치소 그리고 현재는?

2차 대유행 이후 전국적으로 소규모 산발 감염이 지속했다. 코로나19는 이제 국민들의 일상이 됐다. 경제는 악화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자살률까지 증가했다. 감염병 전문의들이 누누이 경고했던 3차 대유행은 지난해 11월 18일 신규 확진 환자 수가 313명이 발생하면서 시작했다.

3차 대유행은 1차와 2차 대유행과는 사뭇 양상이 달랐다. 종교나 집회 등 대규모 모임에서 폭발한 게 아니라 전국에서 산발적인 감염이 지속됐다.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하루에 200~300명 이상의 확진 환자가 매일 같이 쏟아져 나왔다. 전국 어디에서도 코로나19 안전지대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는 성탄절 당일 1,241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같은 달 29일에는 일일 사망자가 4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전국 각지 요양시설과 교정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는 1,223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과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난 2021년 1월 20일 신규 환자 수는 404명이다. 폭발하던 증가세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모자랐던 병상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인다. 국내에서도 곧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변이 바이러스 소식 역시 들린다. 방심하면 언제든 4차 대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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