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세계의 글로벌 무대는 곧 지식의 보고(寶庫)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생산되는 지식은 어느 정도나 될까?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분량을 기준으로 해보자. 매년 산출되는 지식이 이런 도서관 100만 채가 보유하는 도서에 담긴 내용과 같을 정도라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정보다.

이 냉엄한 현실의 국제무대는 갈수록 더욱 넓어져갈 것이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는 진정한 미래 발전을 위해 ‘왜 영어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관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니 소비적인 담론과 끝없는 논란에만 빠져있어서는 안 된다.

언어철학의 대가였던 루드비히 비트겐스타인은 '내가 쓰고 있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우리말만 하는 사람은 한국만을 알 것이며 영어를 쓰는 사람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곧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격차를  뜻한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극작가 칼 알프레츠는 ‘언어를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고도 했다. 한국어만 하는 사람의 생각 범위와 영어를 동시에 하는 사람의 사고의 경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 있다. 지난 세기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정치적 지배와 통제, 그리고 문화적 침투와 동화라는 그런 수직적 개념에서 영어를 바라보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세계화가 된 지금은 영어가 미국이나 영국의 나라말이 아닌 범세계적인 언어체계로 정착되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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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어휘력이 가장 풍부한 언어

5세기 중엽에 앵글로 색슨족에 의해 쓰였던 서부 게르만 방언으로부터 진화된 오늘날 영어는 세상에서 어휘력이 가장 풍부하고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언어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제 영어는 단순하게 ‘English'가 아니라 글로벌 사회의 의사소통 매개체로서 보다 넓은 개념을 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쓰고 있는 언어가 되어 있다. 국제영어‘(International English), ’글로벌영어‘(Global English), ’세계영어‘(World English), ’공통영어‘(Common English), ’일반영어’(General English) 등 다양하게 불리어지는 이유다.

이런 추세에서 심지어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영국 사람도 영어를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케임브리지 영어백과사전'을 집필한 데이비드 크리스탈 교수는 “왜 우리는 영어를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재미있는 답변을 이 백과사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1960년대 초부터 영어 학습에 대해 수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 온 크리스탈 교수는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이 백과사전을 썼다. 이 사전은 영어를 공부하는 세계의 모든 학생들이나 영어 애호가들이 가장 소장하고파 하는 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영어의 6가지 매력을 다음과 같이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영어는 매력적이다 △영어는 중요하다 △영어는 재미있다 △영어는 아름답다 △영어는 유용하다 △영어는 존재감이 있다. 영어가 주요 언어가 되어 있는 글로벌 인터넷 네트워킹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까지 지식이 전파되고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자유스런 지식교류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면?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새로워지는 지식과 정보가 씨줄과 날줄로 연결(connected knowledge)되어 있는 시대다. 이 21세기 첨단 시대에 폐쇄주의와 고립주의에 빠져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가두어 왔던 울타리를 박차고 개방을 외치며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글로벌 세상의 변방으로 밀려날 수가 있다.

이제는 기회가 넘쳐나는 큰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려면 그에 걸맞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어 사용 능력이다. 글로벌 전쟁에 나가 싸우려면 영어라는 무기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2012년 1월 18일, '위키피디아' 영어판 메인 화면에 다음과 같은 글이 떴다.

'Imagine a world without free knowledge.'(자유스런 지식교류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지금 인류가 사는 지구라는 공간은 하나의 ‘스마트 마켓’(Smart Market)이 되었다. 지식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정보 집약 시장이다. 이미 지식정보화 시대가 가속화 되면서 전통적인 시장의 형태는 빠르게 스마트 마켓 구조로 발전된 것이다. 지금 시대는 넘쳐나는 지식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며, 그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경쟁자가 되어야 한다.

전에 '위키피디아'를 비롯하여 '구글', 소셜뉴스 사이트인 '레디트', 온라인 유머 사이트인 '치즈버그'와 SNS 사이트인 '트위터' 등 주요 사이트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지식정보가 셧다운 된 지구촌 은 과연 어땠을까  싶다.

그것은 미국 의회가 ‘지적재산권 보호법안’(PIPA / Protect IP Act)과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안’(SOPA / Stop Online Piracy Act)을 상정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주요 사이트들이 24시간 서비스를 중단했던 것이다. 결국 미 의회의 다수 의원들이 법안 지지를 철회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지식 정보 시대 인터넷 서비스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 준 일이었다.

자기나라 말에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며 그 말이 국제적 언어의 위상을 갖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조차도 요즘 영어 닦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말하자면 영어기피증이 있다는 프랑스도 영어를 구사하는 국민의 비중이 34%나 된다. 이제는 영어를 배척했던 프랑스 사람들조차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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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영어 배우기 열풍이 거세

21세기 들어 산업, 경제, 금융, 기술,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에서도 영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리적 근접성에 민족적 연대감과 문화적 우월성이 강한 유럽이었지만 글로벌시대 영어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evide) 즉 '영어능력에 따른  사회적 격차'라는 말도 유럽에서  먼저 생겨났을까?

특히 27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유럽연합(EU)이 1999년 1월 유럽통화연맹 출범과 함께 공식 단일 통화 유로(EURO)를 도입하면서 영어는 국가 간 소통의 중심언어로 부각됐다. 그래서 이제는 독어도, 불어도, 이태리어도 아닌 바로 영어가 유럽을 정치경제적으로 하나가 되게 엮는 실질적인 매개언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유럽 젊은이들 속에서도 영어는 좋은 직장을 잡고 많은 연봉을 받게 하는 결정적인 수단이 되어버렸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유럽대륙 인구의 41%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단지 29%가 회화를 끌어갈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유럽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영어능력으로 구분하는 영어차이(English Gap) 현상이 나타났다. 19~20세기에는 유럽 각국들도 국민들에게 자국어 교육에 집중했었다. 그러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용언어로 영어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21세기가 된 지금 그들은 유럽의 국제언어 곧 영어를 숙달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다국화 되고 사회가 다문화 환경으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를 잘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지금 유럽의 국가나 회사나 개인을 막론하고 경쟁에서 뒤쳐지냐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느냐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어 있다.

이에 미국의 저명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는 유럽의 영어 실태를 중점 다룬 적이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자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유난히 강했던 유럽 각국이 1980~1990년대를 지나면서 다국적 기업의 출현으로 이제는 관심이 영어로 돌아서게 됐다고 짚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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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를 사내 공식언어로 쓰는 기업 늘어

지금은 많은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영어를 회사 공식 언어(corporate language)로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역량을 쌓기 위해 영어를 사내 언어로 지정해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비즈니스위크는 유럽의 영어 실태를 다음과 같이 적시한 바 있다.

“사무직에서 생산직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5~35% 더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 능력자는 단일 언어 사용자가 넘보지 못하는 고위직급도 바라볼 수 있다. 바야흐로 이제 영어는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 (In jobs from offices to the factory floor, workers who speak English often command salaries 25% to 35% above those who don't. More important, they can aspire to a host of higher-level jobs that are off-limits to monolinguists. "English is an imperative.")

이게 유럽에 대한 기사이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비영어권의 나라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씨름하는데 영어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외국어 정도로 인식한다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영어를 더 이상 단순한 외국어로 생각할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우리말의 구사능력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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