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치솟는 집값, 저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재테크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동학개미운동’, ‘패닉바잉’, ‘영끌’ 등 투자와 관련 신조어가 유난히 많이 탄생한 가운데, 중년층은 이러한 키워드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아동 돌봄 기관과 교육기관이 휴교, 휴원하는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공적 돌봄 제도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뉴스포스트>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중년세대 뉴스 7가지를 선정했다.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 DB)

내 집 마련 마지막 기회...‘패닉바잉’

24번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요소가 해소되지 않자 빚을 내면서까지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30대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며 ‘패닉바잉(Panic Buying)’ 즉, 공포에 의한 사재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

전통적으로 주택시장의 큰손은 40대였지만 올해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을 받은 30대가 주택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2만 8,000여 건이다. 특히 올해 1월 30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은 30.39%였으나 10월에는 역대 최고인 38.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28.9%에서 26.1%로, 50대는 18.4%에서 15.1%로 거래 비중이 줄었다.

집값에 대한 불안감은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30로 2013년 1월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0~200 범위의 지수로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주택 가격을 가늠한다. 100을 초과하면 주택 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고, 하락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미만으로 나타난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요소가 강한 탓에 이 같은 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믿을 건 주식뿐...‘빚내서 투자’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빚을 내서 주식을 매매하는 이른바 ‘빚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사이트 프리시스(FreeSIS)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역대 최대 규모인 19조 1,241억 원이다. 

특히 중년층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전체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등 중년층의 ‘빚투’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는 신호로 읽혀 ‘빚투’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이 10월 발표한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 동향 및 투자자 유의사항’에 따르면 올해 9월 15일 기준 중년층의 신용융자 증가금액은 전년말보다 83.9% 증가한 3조 6,6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액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신용융자 금액도 8조 200억 원으로 전체 금액(17조 4,200억 원)의 46%를 차지했다. 

아울러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30대가 신규로 개설한 증권계좌는 317만 6,282개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40대도 261만 2,727개에 달했다. 

내 집 마련, 전세 대금, 주식 등 재테크를 위한 대출이 급격히 늘면서 30대 가구의 빚도 폭주해 평균 1억 원대로 조사됐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17일 공동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가구의 부채는 평균 1억 82만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억 원대를 돌파했다. 30대 가구의 신용대출은 평균 1,378만 원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부부. (사진=픽사베이)
결혼식을 앞둔 예비 부부. (사진=픽사베이)

팬데믹 새 풍속도...눈물의 스몰 웨딩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가장 곤란하게 된 건 결혼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실내 집합 인원이 50명까지 제한돼, 반강제 스몰웨딩을 치르게 됐다.

예식장에서는 통상 2~300여 명의 보증 인원을 설정하고 결혼식 식사를 준비한다. 실제 참석 가능 인원이 50명 이내로 줄자 예비부부가 예식장 보증 인원 대금에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사례가 늘어 논란이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한국예식업중앙회에 위약금 없이 최대 6개월까지 결혼식을 연기하고, 예비부부들이 예식업체에 지불하는 식대 비용 기준인 최소 보증 인원을 감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예식업중앙회에 등록된 150개 회원사는 전체 예식업체의 30%에 불과하고, 모두 서울 경기지역 업체다. 또한 강제성이 없다 보니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약금 책정, 최소 보증 인원 산정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선은 여전하다. 

올해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창궐한 이후 사태가 가라앉길 바라며 혼사를 연말로 미룬 예비부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가 1,000명 대를 넘겨 3단계 상향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끝이 안 보이는 돌봄 대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집과 학교 등 아동 돌봄 기관이 휴원, 휴교하는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돌봄 대란은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휴가 사용이 여의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은 걱정을 뒤로 한 채 일터로 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 4월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개학에 맞춰 이른바 ‘워킹맘’들의 재택근무를 기업에 권고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 형제 화재 사건으로 코로나 시기의 아동 돌봄 공백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청소년방과후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정의 돌봄 부담은 여전하다. 

공적 돌봄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가족 내 돌봄 부담이 가중됐고, 양육자의 스트레스가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동 돌봄 공백에 대한 촘촘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아동 돌봄이 개인과 가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란 인식 전환과 함께 다양한 근무형태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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