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자 박성진 멘토와의 특별한 만남
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직업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시작합니다. 수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멘토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당신도 아이들에게는 작은 영웅이니까요. -편집자 주-
“게임을 통해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박성진 교육 게임 개발자가 멘토링에서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다. 게임에 한참 관심이 많을 나이인 김영진(초6) 군과 김이태(중2) 군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게임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지만 성적이 오르지는 않았다”고 반문했고 멘토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는 게 저의 일이다”고 답했다. 친구들과 함께 책상에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며 공부를 한다는 말은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의 호기심도 자극할만 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7일 서울시 송파구 본사 회의실에서 마이리틀히어로의 ‘교육용 보드게임 개발자 멘토링’을 진행했다. 박성진 개발자(플레이블 소속)가 아이들의 멘토로 나섰다. 이날 멘토링에는 김영진 군(초6)과 김이태 군(중2)이 참여했다.
박성진 우선 보드게임으로 공부할 수 있고 실제로 이를 활용하고 있는 학교가 많다는 것을 알려드려야겠네요. 보드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교육용 게임도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하는 일도 이런 ‘교육용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게임을 통해 공부한다니, 괜찮지 않나요?
김영진 재밌을 것 같아요. 교육용 보드게임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박성진 게임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즐겁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제가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라는 게임에서는 ‘랭커’이기도 합니다(웃음). 여러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는 다양한 내용이 있죠. 그것을 책으로만 보고 외우는 것으로만 공부한다면 분명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다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교육용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것이었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를 활용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게임을 하나요?
김영진 저는 모바일로 어몽어스,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합니다. 친구들과 주로 하는데 모르는 사람하고도 해요. 외국인도 있답니다. 보드게임은 할리갈리, 젠가 정도는 해봤는데 교육용은 따로 접해 보지 못했어요. 보드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요.
박성진 최근엔 로블록스를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 교실을 만들고 학생들을 참여시켜 수업을 하는 해외 사례도 있었죠.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친숙한 놀이문화 중 하나입니다. 교육용 보드게임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제작 원리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노하우를 통해 개발되는 것이 대부분이죠. 대략적인 과정을 설명해보자면 학위를 밟으면서 게임 개발과 관련된 방법론을 배우고 그에 따른 절차를 익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할리갈리’처럼 극적인 재미를 요구하는 절차를 밟는 경우도 있고, ‘방 탈출 게임’처럼 이곳저곳에 숨겨진 힌트를 발견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하는 특정한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게임을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최근 제가 만드는 게임은 방 탈출 게임 원리를 활용한 것이었는데, 힌트를 찾거나 조합하는 과정에서 수학 공식을 외운다든가 이미 배운 공식을 활용해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게임을 즐기면서 은연중에 복습을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게임 제작 기간은 게임마다 다르지만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립니다. 할리갈리는 나오기까지 2~3주가 걸렸다고 하죠.
김이태 교육용 보드게임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알고 싶어요.
박성진 보통 교육용 보드게임은 이런 서류 봉투나 작은 상자에 담겨 학교에 전달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방 탈출 게임도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죠. 학교에서는 교재가 없으면 이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콘텐츠 형태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교육용 보드게임이에요. QR코드를 활용해 문제를 풀고 답을 찾아가는 게임입니다. 방 탈출 게임과 비슷한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 게임은 서류 봉투에 담겨서 왔네요. 봉투 안에는 여러 자료들이 들어있습니다. 해당 자료에 있는 QR코드를 휴대폰 앱으로 스캔하면 특정 사이트로 접속되는데, 이곳에서 문제를 풀어가면 됩니다. 힌트는 서류 안에 있는 자료에 있고요. 필요하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도 됩니다.
서류 안에는 기업가정신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인물들의 사진과 어록, 사례 등이 적혀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기업가정신에 대해 은연중에 노출해 교육하는 방식이죠.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도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문제를 풀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2~3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진행하게 되는데 고등학교 1학년 기준으로 20~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종이로만 끝나는 게임이 아닌 QR코드를 통해 진행하다 보니 만족도가 높은 교육용 보드게임입니다(웃음).
이런 게임은 시리즈물로 제작돼 중·고등학교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진료 교육 등에 활용하게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기업가정신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콘텐츠가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김영진 직접 QR코드를 스캔해 게임을 진행하니 신기하네요. 탐정이 되서 문제를 풀어가는 듯한 기분이에요. 종이에 적힌 글보다는 휴대폰으로 보는 게 훨씬 잘 읽히기는 하네요. 게임 스토리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떻게 만드나요?
박성진 교육용 보드게임 스토리 제작은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기존에 개발된 게임(예를 들면 콘솔 게임)을 차용해 만들기도 하고, 작가들과 협업해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가와 협업해 게임을 제작할 경우 저는 주로 개발에 치중돼있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부분에 어떤 장치를 넣을지 결정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중요한 부분이라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김영진 군은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교육용 보드게임을 살펴본 뒤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박성진 멘토는 해당 보드게임에 대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중 하나“라며 “적어도 3명 정도가 팀을 이뤄 진행해야 수월하다“고 말했다. 어려울만 했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어렵긴 하지만 흥미가 생기긴 하네요. 재밌어보여요. 교육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박성진 교육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게임에 대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많은 게임을 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개발자로서는 게임에 대한 많은 경험과 이해가 있어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뚜렷하게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게임은 영화처럼 여러 형태(Type)나 장르가 있는데요. 이를 정확히 설정하고 구현하려면 게임을 많이 접해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게임을 개발할 때 정말 다양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보드게임뿐만 아니라 PC게임, 콘솔 게임, 휴대폰 게임 등 모든 부문의 게임 제작에는 다양한 지식이 사용됩니다. 부루마블/모두의마블 게임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 게임은 가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토지를 거래해 돈을 가장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는 게임 규칙, 게임 요소(카드, 말, 주사위 등)뿐만 아니라 나라와 수도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김영진 게임 개발자가 꿈인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근 공공기관의 사원교육, 대기업 등 사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등에 방 탈출 게임 등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 대학교의 기초학습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에도 게임을 적용한 사례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를 봤을 때 교육 게임 개발자의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 여러분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이날 멘토링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김영진 군은 마련된 좌석에 앉아 가장 먼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최근에 하고 있는 게임을 보여줄 수 있냐는 박성진 멘토의 요청에 김영진 군은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걱정하며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뭐든 빨라요. 스마트폰은 필수예요. 처음 보는 어른과의 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고 혼내는 건 예전 얘기죠.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것 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구요.”
게임이 3대 악(惡)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친숙한 놀이이자 문화로 다가오고 있다. 박성진 멘토의 말처럼 게임 역시 청소년들이 좋은 방향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포스트>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직업군과의 만남을 마련할 예정이다.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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