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세훈 57.5% vs 박영선 39.18%...압도적 승리
40대 제외한 전 연령층 오세훈 선택
국민의힘 다음 목표는 ‘대선’...야권 대통합 착수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미니 대선으로 불리던 4·7 재보궐선거는 180석 거대 여당의 완패로 끝났다. 오세훈 국민의힘 당선자의 득표율은 57.5%,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9.18%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예언대로 두자릿수 차이가 벌어졌다.

야당은 서울 25개 지역구 전역에서 ‘전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강북동권(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성동·광진)에서 강북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오 당선자가 53%이상의 득표율을 얻었다. 비교적 여당 우호지역인 관악구 역시 오 당선자가 51.0%의 득표율로 박 후보(44.4%)를 제쳤고, 구로·금천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텃밭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는 더블 스코어로 오 당선자가 표를 가져갔다. 강남의 경우 오 당선자는 73.5%를, 박 후보는 24.3%를 얻었다.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 (그래픽=김혜선 기자)
4.7 재보궐 서울시장 선거 득표율. (그래픽=김혜선 기자)

 

오세훈 10년만의 귀환

“다시 한 번 고개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일할때는 머리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약속 드린대로 이제 앞으로 제가 시장으로서 일을 할 때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8일 오세훈 당선인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10년만의 서울시장 귀환의 소감을 밝혔다. 오 당선인은 “지금 코로나 때문에, 경제난 때문에 정말 큰 고통과 불편함 속에 계신 서울시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분들을 어떻게 위로해드리고, 보듬고, 챙기느냐를 생각하면 참으로 크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위중한 시기에 제게 이렇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은 지금 이런 산적한 과제들을 능수능란하고 빠른시일 내에 하나씩 해결해서 고통속에 계시는 많은 시민들을 보듬어달라는 취지의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중 공개된 오 당선자의 공약을 보면 ‘박원순 시정 지우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자는 민간 주도의 재건축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삼았는데, 이는 정부 여당이 추진해온 서울 공공주택 추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부동산 규제 정책을 고수했던 박원순 전 시장과는 달리 용적률 상향과 도시계획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부동산 관련 규제도 확 풀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오 당선자는 서울시의 기존 229개 정책공약 중 171개(75%)를 폐기·수정할 방침이다. 오 당선자가 완전 폐기 계획인 22개 서울시 사업 중에는 시민숙의예산제(숙의제),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설치, 도시농업공동체 등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 포함됐다.

한편, 박영선 후보는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며 패배에 승복했다. 박 후보는 “진심이 승리하길 염원한 시민들께 끝없는 감사를 드리며 엎드려 큰절 올린다”면서 “이제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야당 대통합’의 길로

그동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를 계기로 4연패의 아픈 고리를 끊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한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야당은 지방선거와 대선, 국회의원 선거 모두 여당에 승리의 깃발을 내줬다.

‘촛불 민심’으로 야당을 몰아붙이던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으로 자랐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정부 여당 고위층의 부동산 거래 등 악재가 겹치며 지지층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결국 전통적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이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지지율은 20대, 30대, 50대 모두 오 당선자가 55% 이상 지지를 받았고 60대 이상은 71.9%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도 보수 노선이 ‘선거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문재인 정권 이후 국민의힘은 ‘태극기 집회’가 상징하는 강경 보수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5·18 묘지에 참배하는 등 중도 보수의 노선을 확실히 하면서 점차 보수 재건의 길을 발견해갔다.

이제 국민의힘은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제3지대 야당과의 대통합 과제가 남았다. 제1야당으로서 강경 노선을 버리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면 국민의당 등 제3지대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야권 단일화는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 후 전당대회로 당 지도부를 구축한 뒤 7~8월 경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합 이후로는 곧바로 내년 5월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 체제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으로는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 유력 인사들과 이번 재보선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당 지도부 총사퇴가 거론되고 있다.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선 후보 1위’였으나 현재는 윤 총장과 당내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도 밀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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