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어서오렴 4법’ 발의... 치료받을 시간 보장해야
난임 정책의 본질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는 것
검사와 치료는 불가분 관계...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돼야
저출생 문제...복지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큰 개선 어려워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이제는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난임 지원 정책의 확대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난임 정책은 난임 부부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으며, 국가가 뒤따라가는 형국이었다”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대 국회 시절부터 총 4번의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난임 부부의 고충을 직접 들어왔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난임 지원 제도 마련에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권 원내대표와 현 난임 정책의 실태를 짚어보고 제도의 미비점과 대책, 나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24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저출생 사회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지난해 11월 24일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화상으로 열린 ‘저출생 사회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 국내 난임 부부의 현황을 알려 달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8명 중 1명은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난임 진료 인원은 2009년 17만 7,000명에서, 2013년 19만 2,000명, 2017년 21만 2,000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뉴스포스트>가 만난 다수의 난임 부부들은 20대 국회 당시 난임 지원을 위한 의미 있는 개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2017년 10월 난임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큰 진전을 보인 이래 2019년 7월에는 기존 만 44세 이하의 여성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것에서 연령 제한을 폐지했고, 사실혼 부부가 받는 난임 시술에 대해서도 법률혼 부부와 동일하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의 발전이 있었다.
2019년 10월에는 건강보험 적용 횟수도 체외수정시술 신선배아 4 → 7회, 동결배아 3 → 5회, 인공수정 3 → 5회로 확대하는 성과가 있었다. 건강보험 적용 외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의 확대도 두드러졌다. 2006년 체외수정시술비를 2회 지원하던 부분을 2020년에는 신선배아의 경우 최대 7회까지, 동결배아와 인공수정의 경우 최대 5회까지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차감 방식 개선,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제한 완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원인으로 인한 난임지원 방안 등 앞으로 다 같이 지혜를 모아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많다.”

‘아가야 어서오렴 4법 주요 내용. (자료=권은희 의원실 제공)
‘아가야 어서오렴 4법 주요 내용. (자료=권은희 의원실 제공)

- 2020년 8월 대표 발의한 ‘아가야 어서오렴 4법’에 대한 취지와 내용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회는 201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연간 3일(이 중 유급 1일)의 난임 치료를 위한 휴가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실제 난임 시술을 위해서는 동결배아는 3회, 신선배아는 5~6회 치료기관에 방문해야 하는데, 현행의 3일의 난임 휴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는 정작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어 난임 치료를 위해 사직한 여성의 비율이 무려 59.7%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횟수가 증가하면 치료받을 시간도 함께 확대해 보장하는 것이 정책정합성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따라 ▲현행 연간 3일의 난임치료휴가 기간을 연간 30일로 확대 및 분할사용 ▲난임치료휴가 임금의 국가보장 ▲1일 2시간의 난임치료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난임치료휴가 등의 청구사실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 등의 내용을 담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현재 난임 부부를 위한 시술비 지원은 시술 횟수, 지원받고자 하는 가정의 소득 수준 등을 제한해 지원하고 있다. 이에 첫째 아이까지 만이라도 건강보험 지원 횟수 제한을 풀어달라는 난임 부부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보건복지부는 횟수 제한이 여성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설명한다. 
“난임 지원 정책의 본질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첫째 아이에 대한 시술 횟수 제한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원 확대의 방향에는 적극 동의하면서도 의학적 근거를 기반하지 않은 채 지원 확대는 난임 여성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도기적으로 난자 채취는 됐지만 수정에 실패하는 경우는 신선주기가 차감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건보 적용 횟수 차감 방법’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 난임 부부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소득 기준이 넘어 보건소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시험관 1회 당 건강보험을 제외하고도 약 300만 원의 돈이 지출된다고 토로한다. 지원 대상이 아닐 경우 임신할 때까지 시술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난임 치료 중인 부부 중 치료중단예정 이유의 26.6%가 비용부담 때문으로 나타났고, 난임 치료 비용부담이 가정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비율이 8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부의 시술비 지원 사업 대상 기준 요건 중 소득제한을 없애달라는 청원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2021년 기준 2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559만 원으로 웬만한 맞벌이 부부는 소득제한 기준에 걸린다. 그러다 보니 지원을 받기 위해 친정 부모나 시부모를 모셔와 세대원 수를 늘려야 하는 건지 고민하는 사례도 많다. 현실과 맞지 않다. 또 문턱 효과도 발생한다. 예산의 한계로 소득기준을 불가피 설정해야 한다면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고, 기준을 초과하는 일정 구간은 페이드아웃 구간으로 설정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0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저출생 사회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화상으로 진행됐다.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2020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저출생 사회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화상으로 진행됐다. (사진=권은희 의원실 제공)

- 시술 횟수 지원이 끝난 사람들을 구제하거나 가임력 보존을 위한 항암치료 등 기존의 바운더리를 넘어선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섬세하게 돌보는 차원의 정책의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연하다. 조기폐경,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억제치료 환자 등의 가임력 보존 지원 역시 넓은 의미에서 난임 지원 정책이다.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적이 있는데, 난자 동결보존 시술 및 보관 비용은 약 220만 원, 정자 동결 및 보관비용은 약 55만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경기도 내 만 20세에서 40세 남여 중 이러한 질환으로 생식능력 저하 우려가 있는 8,990명에 대하여 총 165억 원의 예산으로 가임력 보존을 통해 임신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경기도의 인구비중과 예산의 규모를 볼 때 전국적 적용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외에도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검사와 치료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건강보험 검진 항목에 정액검사, AMH검사 등 난임 기초검사를 추가하여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 난임 지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대책 중 하나다. 난임 외에도 저출생과 관련해 주의 깊게 보는 의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대표적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2050년이 지나면 매년 50만~60여만 명의 인구가 줄어, 서울 강남구나 제주도가 하나씩 사라지는 셈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2030년 이후엔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사회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저출생 문제는 부동산, 교육, 일자리 등 매우 다양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종합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출생과 양육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책을 살펴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의 대책과 같이 복지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큰 개선을 기대하기 곤란하다고 본다.”

- 끝으로 난임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난임 진단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난임 시술비 지원에 의한 출생아 수도 난임 시술비 지원확대와 비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난임정책은 난임부부들이 노력으로 주도하고 국가는 뒤따라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난임지원 정책의 확대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난임부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더 따뜻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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