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신·출산 기피 조장하는 ‘직장 내 불이익’ 근절돼야
[기자수첩] 임신·출산 기피 조장하는 ‘직장 내 불이익’ 근절돼야
  • 선초롱 기자
  • 승인 2019.06.22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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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 지난해 말 결혼을 한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다니던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급하게 이직을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새로운 곳으로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를 통해 면접을 보러 간 B회사에서는 ‘결혼을 했으니 곧 아이를 낳는 것 아니냐’며 A씨의 입사를 거절했고, 간신히 이직한 C회사에서조차 ‘1년 동안 임신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다니라’며 압박을 받기도 했다. A씨는 결국 남편과 합의 하에 ‘딩크족’을 선언했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낳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말은 이미 옛 것이 돼버렸다. 금전적인 문제는 물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직장 내 불이익 등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을 선언하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98명에 그쳤다. 

특히 직장인 부부의 경우 ‘직장 내 불이익’으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꺼리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800명 가운데 39.3%가 차별과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타 부서로의 재배치, 인사나 승진 등에서 차별 등 부당한 일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는 직장에서 지나치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물어보는 2세 계획에, 임신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존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될 수 있고,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는 등 미리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굳이 매번 물어보며 눈치를 주는 상황에서 누가 임신과 출산을 하겠다고 나설까. 

직장인들이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기본적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시 노동자 5인 이상 50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진행한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직원의 출산휴가제도 활용도가 턱없이 낮았다. 3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5.3%에서 제도를 활용했고, 5~29인 사업장은 7.7%에 그쳤다. 육아휴직제도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았다. 3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활용도는 16.3%에 그쳤고,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겨우 2.4%가 제도를 활용했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임신여성노동자가 임금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물론 직원의 임신과 출산을 독려하고 싶어 하는 중소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의 경우 기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뱅크에 등록돼 있는 인원이 너무 적고 서울지역에만 집중돼 있어 매칭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지급되는 출산휴가고용안정장려금, 시간선택제전환지원금 등이 있지만 요건들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출산율을 높이려면 제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출산휴가고용안정장려금, 시간선택제전환지원금 지급에 대한 요건 완화는 물론 보조금·법인세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경영진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제도를 인심 쓰듯 생각하는 것 역시 바뀌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대기업처럼 임신기간 내 근로시간 2시간 단축하면서 임금 보전, 난임휴직, 난임 시술비 지원, 최대 1년간 육아휴직 연장, 유치원 보조금 지원 등까지는 못 받더라도, 적어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까지 눈치는 안 봐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직원들의 책임의식도 중요하다. 육아휴직 등의 제도를 남용하거나 악용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함은 당연하다. 

현실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게 된 부부 직장인들이 마음 편히 2세를 계획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이같은 작은 변화가 당장은 아니어도 향후 출산율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선초롱 기자 seoncr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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