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거미줄’ 케이블선 안전·미관 문제
정부, 공중케이블 정리에 5,353억원 투입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거미줄처럼 엉킨 공중케이블선이 서울 지역 골목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하는 전선들은 ‘도심 흉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에 정부는 우후죽순 늘어난 공중케이블선을 정리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 예산까지 투입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일대 주택가는 비교적 한산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거리에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작은 상점들과 연립주택들로 이뤄진 골목에는 외출을 하려는 주민들과 행인 일부가 보였다. 평화로운 주택가 골목 풍경을 대신 채운 것은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엉킨 전선들이었다.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약 한 시간 동안 거미줄 같이 엉킨 공중케이블선은 곳곳에서 발견했다. 약 1km 거리 사이에 위치한 30여 개 공중케이블선을 확인한 결과 전신주 하나 당 얇은 전선 최소 수십 개가 줄을 이었다. 케이블선들은 4~5층 연립주택 꼭대기와 맞먹는 높이에 위치했다.
당시 송파구의 기온은 26도로 다소 더운 데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이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마구잡이로 엉킨 전선들은 바람이 불 때 마다 흔들렸다. 태풍이나 강풍이 동반할 시 흔들리는 전선들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저분한 공중케이블선은 단순히 주민들의 조경권을 침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칠뿐만이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노후화된 전선이 얽혀있으면 전기 합선으로 화재 위험이 높인다. 덤프트럭이나 이사 차량 등이 거미줄 전선을 잘못 건드릴 시 주변 지역의 원활한 전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은 공중케이블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송파구 주택가 인근에서 만난 A모 씨는 “주택 미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공중케이블선을) 정리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선 정비 민원을 받는 공중케이블정비 콜센터에 따르면 전선 관련 민원은 해마다 증가세다.
정부 역시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에만 5,353억 원을 투입해 전국 27개 도시의 전선을 정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중케이블 지상 정비 사업에 2,839억 원을, 지중화 사업에 2,514억 원을 투자한다. 지상 정비 사업은 엉켜있는 전선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중화 사업은 전선, 통신선 등을 땅 속에 매립하는 작업이다.
공중케이블 정비협의회 위원장인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전력과 방송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치된 공중케이블은 시민안전 위협 예방과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정비한다”며 “전통시장과 노후주택 밀집지역, 주택 상가 등을 우선적으로 집중 투자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