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주기 5·18...진상조사위 활동 中
조사위 1년, 성과있지만 갈 길 멀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어느덧 41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참상도 많다. 이를 위해 진상조사위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18일 이날은 5·18민주화운동 제41주기다. 광주 항쟁 발발 40년 만에 만들어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1년 하고도 6일이 지난날이다. 광주 북구 5·18 민주묘역에서는 코로나19 예방 및 방지 확산을 이유로 인원을 제한한 점을 제외하면, 제41주기 기념식이 계획대로 치러지기도 했다.
앞서 조사위는 2018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치됐으나, 조사 위원 추천 과정에서 여야 간의 진통이 이어지면서 출범이 늦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출범한 조사위는 1년 동안 진상 규명 활동을 진행했고, 지난 12일 성과보고회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조사위는 특별법에 명시된 11개 법정 과제 중 7개, 5·18 당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조사를 포함한 12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7개 법정 과제는 ▲ M60 기관총 사격과 조준경을 부착한 M1 소총 저격수 사격 ▲ 광주교도소 일원과 광주-화순 간 도로 차단 작전의 교전 상황과 민간인 학살 사건 ▲ 송암동 일원의 민간인 학살 ▲ 시신의 실종과 사체 처리 ▲ 북한 특수군 침투설 ▲ 무기고 피습의 북한군 개입 여부다.
4살 꼬마부터 신혼부부까지 무차별 사살
조사위는 증언 조사와 광주 현장 조사 등의 방식으로 진상 규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특수부대들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제3공수여단이 1980년 5월 20일 광주역과 22일 광주교도소 감시탑에서 건물 옥상에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진술이다. 제11공수여단이 21일 금남로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에 조준 사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계엄군이 광주를 봉쇄하기 위해 광주교도소 인근 시위대와 고속도로에 있던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조사위는 “광주교도소 양쪽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에 대해 최소 13차례 차량 피격 사건이 있었음을 증언과 문헌을 통해 확인했다”며 “교도소 옆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던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는 복수의 장·사병 증언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봉쇄 작전 시행 중 송암동 일원에서 벌어진 계엄군의 오인사격과 민간인 학살 참상은 현재 확인 중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송암동 일원에 제7공수여단, 제11공수여단, 제20사단, 전투교육사령부 병력 등이 관여했다. 또한 조사위는 만 4세 어린이 총격 사건의 가해자가 특정됐다고 전했다. DNA 감식 등을 통해 피해 아동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조사위는 광주 봉쇄 작전 중 사망한 시민들의 시신 수습을 담당하는 일종의 ‘사체 처리반’이 있었을 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원미상의 유해들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진행해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그밖에도 북한 특수군 침투설과 무기고 피습이 북한군 개입 여부도 해당 내용을 주장해 온 북한이탈주민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
일부 성과 달성한 조사위 1년, 핵심인물은 언제?
저격수가 시민을 직접 조준 사격했다는 진술은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를 했다’는 신군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할 근거가 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또한 M1과 M60 등 다양한 총을 썼다는 증언은 ‘희생자들이 계엄군이 아닌 시민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신군부의 주장을 반박 가능하도록 한다. 신군부는 희생자 몸의 총상 크기가 계엄군이 사용하던 M16 소총과 다르다며 민간인 피살을 시민군의 책임으로 돌린 바 있다.
조사위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비교적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규명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11개 법정 과제 중 4개인 ▲ 계엄군과 경찰의 피해조사 ▲ 연행 구금 과정 등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 국가권력 등에 의한 피해자 탄압 사건 ▲ 5·18민주화운동의 은폐·왜곡·조작사건이 남았다. 법정 과제 4개는 올해 하반기에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 범위를 하급 군인에서 신군부 핵심까지 범위를 늘리는 것도 남은 과제다. 그간 증언 조사는 계엄군으로 투입된 장·사병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조사위는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장·사병들의 증언을 분석한 후 신군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활용할 것”이라며 “신군부 핵심 관련자들은 우선 조사 대상자 37명을 선정한 후 자문단의 실무적 지원을 받아 심문에 필요한 질문서 등을 준비했다. 6월 이후 본격적인 면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