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1980년 5월의 비극이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다. 5·18의 의미를 폄훼하고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움직임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방부의 공식 사과까지 있었던 헬기 사격에 대해 가해자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제권을 갖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해 그 날의 진실이 밝혀질지 기대가 모인다.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일빌딩 10층.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모습이 재현돼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일빌딩 10층.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모습이 재현돼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4년 차에 치러진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발포 명령자와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과 헬기 사격 등 국가 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는 일이다. 진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간다”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임기 1년 차부터 그동안 베일에 감춰진 1980년 5월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헬기 사격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의 단골 주제였다. 고(故)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온 이후 이후로 조 신부와 비슷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방부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확인됐고, 2018년 2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헬기 사격을 누가 지시했고, 누가 발포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전두환 씨 등 관련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이 반쪽짜리 규명밖에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1980년 당시 미군 정보요원으로 일했던 김용장 씨는 지난해 “전두환 씨가 1980년 5월 21일 헬기를 타고 광주를 찾았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김씨에 따르면 전씨는 정오 무렵 헬기로 광주 공항에 도착해 회의했고, 이후 헬기 사격이 두 차례 있었다. 5·18 당시 전씨의 행적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헬기 사격에 대한 단서를 풀 중요한 증언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27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씨가 전남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씨가 전남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상조사위 출범, 헬기 사격 규명하나

5·18 당시 우리 군이 광주 시민들에게 헬기로 사격을 가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기정사실로 됐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내야할 숙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달 11일 5·18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활동이 시작됐다. 조사위의 임기는 내년 12월 26일까지로 2년이며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5·18 관련 최초의 국가보고서로 남겨진다.

조사위는 ▲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및 경위 ▲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 행방불명자 ▲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 ▲ 성폭력 사건 등을 조사한다. 5·18 민주화운동에서 의문점으로 남아있던 사건들 대부분이 조사 대상이다. 헬기 사격 역시 마찬가지다. 직권조사와 청문회, 특별감사에 따른 조사 요청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이나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의 강제권도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역시 결과가 주목된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이른바 ‘푸른 눈의 목격자’라고 불리는 이들도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탠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도한 외국인들이 증언에 나선 것이다.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미국 평화봉사단 단원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했던 데이비드 돌린저 씨는 전씨의 재판에 출석해 헬기 사격 목격 경험을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돌린저 씨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군인들이 헬기에서 사격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고, 병원에서 어깨에 총산을 입고 총알 출구가 엉덩이 쪽에 나 있는 시신도 봤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다만 전씨 재판에 대해 돌린저씨의 일정은 코로나 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제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출범한 조사위와 목격자들의 적극적인 증언 의사로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 작업에 긍정적인 신호탄을 쐈다. 40년이 지난 오늘날 1980년 그해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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