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거암 초·중학교 개교 지연
학부모 “아이들 정서적 상처 우려돼”
교육청 “부분준공 후 개교가 목표”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돌게 된 아이들이 있다. 불안한 마음으로 더부살이를 하고 나면 그때서야 예정된 학교로 갈 수 있게 된다. 이사, 입학이 주는 설렘이 아닌 불안함과 걱정으로 시작하는 학교생활에 학부모의 걱정도 커진다. 신도시 학교 개교 지연으로 이른바 ‘학교 난민’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거암초등학교와 거암중학교가 지어지고 있는 위례포레샤인 17단지 옆 공사부지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거암초등학교와 거암중학교가 지어지고 있는 위례포레샤인 17단지 옆 공사부지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아파트 입주보다 늦어진 학교 개교…학부모 ‘발 동동’

서울 송파에 위치한 위례포레샤인 17단지(이하 17단지). 올해 8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정비에 한창이다. 단지 바로 옆에는 거암 초등학교와 거암 중학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이하 강동송파교육청)에 따르면 거암 초·중학교는 올해 3월 17일 착공돼 360일 동안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면 완공은 2022년 3월 11일이다.

일단 예정은 그렇게 돼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일 강동송파교육청에서 진행된 ‘거암 초·중학교 신축공사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시공사(이수건설)는 최근 건설공사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공사기간이 늘어나 당초 계약한 2022년 3월 개교가 어렵다고 발표했다.

시공사 측이 제시한 사회적 환경 변화 요인으로는 ▲2020년 6월 9일 건설진흥기술법 개정으로 일요일 공사가 제한된 점 ▲2021년부터 서울, 경기 지역 레미콘 업체가 주말 휴무로 토요일 공사가 중단된 점 ▲작업자 주52시간 근무제한으로 야간, 토요일 작업자가 부족한 점 ▲ 철근 원자재 수급지연으로 철근 반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이유로 시공사는 공사기간을 360일이 아닌 480일로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차 설명회에서 제시된 대안은 이렇다. 우선 거암초등학교의 경우 일부 건물만 2022년 3월까지 공사를 완료해 개교하는 부분준공과 2022년 9월로 개교를 연기하고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있다. 거암중학교의 경우에는 각층이 건물 간에 서로 연결돼 있어서 건물 일부만 부분준공하고 개교할 수 없어 분산 배치가 최종 대안으로 제시됐다. 중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상 2022년 9월 개교가 어려워 거암중학교는 2023년 3월로 개교가 연기될 예정이다.

분산배치에 따른 ‘학급 과밀’·‘정서적 충격’ 우려

설명회 이후 17단지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는 중이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부분 배치’로,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받을 ‘정서적 충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거암 초·중학교가 개교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다니게 될 학교의 생활은 말 그대로 ‘더부살이’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암초 입학·전학 예정 학생들의 경우 불과 6개월 정도만 다른 학교로 다녀야 하는 입장이다.

우선 분산 배치의 경우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급 과밀 문제가 있다. 현재 서울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5명이다. 강동송파교육청에 따르면 분산배치를 할 경우 35명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한 제대로 된 교우관계 형성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있다. 짧은 기간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하는 탓에 배치를 받은 아이들은 물론 원래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 역시 쉽지 않은 학교생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배치를 받지 못해 난민처럼 학교를 찾아다녀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위례포레샤인 17단지 앞에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이 임시 설치돼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위례포레샤인 17단지 앞에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이 임시 설치돼 있다. (사진=선초롱 기자)

‘철근 대란’이 불러온 개교 지연…“부분준공 후 개교할 수도”

강동송파교육청도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예정대로 내년 3월부터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는 학교로 다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율 중”이라면서도 “철근 수급이 어려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운을 뗐다.

강동송파교육청에 따르면 거암 초·중학교 공사는 2020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심의와 사전검토 등을 거쳐 설계공모를 진행, 그해 7월에 설계에 들어갔고 12월에 발주처인 조달청에 계약을 요청했다. 계약은 이듬해인 2021년 3월 16일에 완료됐고, 17일에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 기간은 비 작업일수(동절기, 비 오는 날 등)없이 360일로 산정됐다. 

그러나 변수는 발생했다. 골조공사 핵심 자재인 ‘철근’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극심한 수급 불균형으로 철근 가격이 상승해 이른바 ‘철근 대란’이 발생했다. 올해 초 t당 80만 원 선이었던 철근 평균 유통가격은 현재(5월 28일 기준) t당 135만 원으로 급등한 상태다. 일선에서는 t당 150만 원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동송파교육청도 무척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철근 수급을 위해 조달청은 물론 시공사, 철근 공급사에도 계속 요청을 하고 있지만, 원자재가 없어 철근을 만들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며 “그래도 조달청이 이번 공사에 필요한 수요를 조사해 선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공급하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지연과 관련) 시공사에서 공사 기간을 480일로 변경해 진행하겠다는 답변서를 보내왔지만, 계약변경이 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이 부분은 공사 일수 증가요인(철근 수급, 날씨 등)을 검토해 결정될 사안이고, 올해 11월로 예정된 1차 준공일이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송파교육청에서는 개교 지연에 따른 학생들의 분산배치도 고려하고 있다. 분산배치가 진행될 경우 17단지 입주예정 학생들은 거원초등학교, 거원중학교로 배치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경우 학급당 35명의 과밀학급이 되기는 한다. 이 경우 교사를 두 명 배치해 수업을 나눠서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거암초등학교는 부분준공을 해서라도 최대한 예정대로 내년 3월 개교를 하려고 한다”라며 “일단 시공사와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한 뒤 대책을 마련해 학부모를 모시고 설명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례포레샤인 17단지에서 거암초·중학교로 가는 길의 현재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위례포레샤인 17단지에서 거암초·중학교로 가는 길의 현재 모습. (사진=선초롱 기자)

학부모 입장에서는 부분준공을 해서라도 아이들이 편하게 학교에 다니길 바라고 있다. 한 번이면 족한 전학을 1년 새 두 번이나 하게 될 경우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것에 이견이 없다. 다만 부분준공 후 개교를 할 경우 공사로 인한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분준공 개교를 할 경우 골조공사는 다 마무리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전기, 난방, 급식 등 기본적인 부분은 모두 마감된 상태로 개교를 하게 되는데, 일부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며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공사 소음과 비산먼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인데, 방음벽을 기본적으로 설치하고 소음이 심한 공사는 학교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먼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현장을 지나 학교를 가야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학교 진입로가 보행자도로와 연결돼있어 가림막 등을 설치해 최대한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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