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실 내 CCTV 의무 설치 법안 발의
현재 사립 유치원 87.91% 설치…국공립 유치원은 4.98%
어린이집은 2015년부터 교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유치원단체‧시민단체 의견 분분…“수업권 침해 vs 아동 안전”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최근 유치원 교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아동학대 관련 시민단체와 유치원 단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아동학대 예방과 교사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찬성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유치원 측에서는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 방지를 목표로 유치원 교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CCTV 열람 시기와 절차 및 방법 등은 교육부령에 위임했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는 선택 사항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전국 유치원 교실 내 설치 비율은 39%다. 그 중 국공립 유치원은 4.98%, 사립 유치원은 87.91%다.
김 의원은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치원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후 조치를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인이 사건 당시 CCTV 녹화 영상이 어린이집 선생들의 아동 방치 논란을 해소했던 것처럼 교원들 또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올라온 김 의원 블로그의 게시글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 예정’에는 8일 기준 1,211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찬성한다는 한 누리꾼은 “유치원에 CCTV가 없다니 믿기지 않는다. 학대 방지 이유로만 CCTV를 설치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CCTV로 모든 문제를 막을 순 없지만 안전사고, 학대 등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한 누리꾼은 “CCTV 설치한다고 아동학대 예방이 된다는 근거자료가 어디 있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은 힘드니까 그냥 두고 사건 후 시시비비를 가릴 CCTV만 설치하면 안심이 된다는 건가. 교육의 뿌리가 흔들리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유치원 교사에게 CCTV는 손발을 묶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반면 CCTV 설치 이후, 명확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현직 교사다. 아동의 안전에 CCTV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에 동의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보지만, 교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사립유치원에서는 상당수 설치됐다. 일부 원에서는 원장실에 설치돼 원장님이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감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원장의 갑질로 생각하지 말고, 열람 기준이나 관리 대한 대책이나 절차를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라고 제안했다.
관련 단체들, 찬반 입장 차 커
한편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아동 관련 시민 단체와 유치원 단체가 각각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유치원 CCTV 의무 설치는 아동의 보호권을 지켜주고,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이 협회는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해당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뉴스포스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CCTV 설치는 아동의 안전이 목적이다. 수업권이 침해된다는 유치원 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립 유치원이나 국공립 유치원 모두 유아를 대상으로 같은 교육과정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사립유치원에서 CCTV가 설치되고 교권 침해됐다 이야기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국공립 유치원에서만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의 짧은 단어, 문장으로 듣는 아이의 이야기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여기서 피해는 교사에게만 받는 피해는 아니다. 친구들끼리 활동하다가 다칠 경우도 포함이다. 활동 중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사고에 명확한 증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CCTV 자료다. 없다면 누군가 의심받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CCTV는 교사 감시의 목적이 아니다. 아이와 교사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실시간으로 계속 시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심 정황이 있을 경우, 절차에 따라 열람 요청을 하고 시청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학부모들, 심심해서 그냥 보러 가는 사람 없다. 그리고 교사를 감시할 이유도 없다. 본인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으려는 것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CCTV가 아동학대 예방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공 대표는 “CCTV 설치가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를 밝혀내고 부적격 교사를 거르는 역할은 가능하다. 우리나라 현실 상 이 장치라도 필요하다고 보는 거다. 외국에는 CCTV가 없는 대신 아동의 말을 증거로 채택하거나, 아동 학대 죄에 관해 무겁게 처벌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여럿이 같은 이야기를 해도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 CCTV라도 있어야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겠나. 다만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것과 학대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한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 현장이 CCTV 감시를 받는 불신의 현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우영혜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됐다고 유치원에서 똑같이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권 침해와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열람 요청 등 악용 사례 여지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주장했다.
우 회장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굉장히 의사 표현 잘 한다. 집에 가서 ‘선생님이 어떻게 말했다’, ‘친구가 이렇게 했다’라고 다 이야기한다. 더 부풀려서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 행동 하나하나 관찰한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학대를 하는 것, 유치원 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이들끼리 놀다가 부딪혀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 CCTV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부모님들이 먼저 유치원 교사를 믿고 해결할 수 있도록 맡기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어떤 사고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면 이해하고 넘어가신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님 중에서는 아이의 상황 설명을 부풀려서 생각해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끼리는 다툼과 갈등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경험해야 성장한다. 그런 부분을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이 교사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CCTV를 보자고 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교사는 더 힘들어질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 안전을 위해 CCTV 설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아동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들이 유치원 교사들이다. 아동 학대에 관한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것, 아이의 잘못에 대해 혼내는 것 등에 대해 교사들이 아주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아이들 안전에 대해 연수도 많이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진단도 계속한다. CCTV가 답이 아니다. 교육 현장과 부모와의 신뢰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