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서비스 공백 지속...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코호트 조치, 행정 편의만 생각하면 ‘인권 침해’ 발생
지역 방역-서비스 업무 간 의사소통 구조 만들어야
UN “평등, 비차별, 포용이 팬데믹 위기의 핵심” 규정
뉴스포스트는 앞선 <팬데믹 줌인> 기획을 통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상 회복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우리가 당면한 위드코로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기후위기
②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인터뷰 - 교육
③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일자리
④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인터뷰 – 재정정책
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방역
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 부동산
⑦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복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코로나19는 평등하지 않았다. 유·무형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 빈민 등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했다. 지난해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와 3차 대유행 당시 수도권 지역 요양시설에 코호트(Cohort) 격리라는 이름으로 내려진 봉쇄 조치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약자들을 전염병으로부터 얼마나, 어떻게 보호했는지가 방역 성과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이 넘도록 장기화하면서 취약계층을 직접 상대하는 사회복지시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를 이유로 휴관이 반복되고, 각종 복지 프로그램 제공이 중단됐다. 특히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지면서 ‘돌봄 공백’까지 이어지는 상황. <뉴스포스트>는 사회복지시설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지 사회복지 학자를 통해 알아봤다.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선미 교수는 지난 15일 <뉴스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상을 차별하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차별적으로 발생한다는 걸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통해 학습 중에 있다”며 “사회복지시설은 우리사회에서 보다 소외된 분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 있나.
사회복지시설에는 (이용자가) 입소해 의식주를 함께하는 ‘생활시설’과 방문해서 서비스를 받는 ‘이용시설’이 있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어려움과 변화를 겪고 있다.
‘생활시설’은 기존에도 1인당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침실이나 욕실과 같은 공간에서도 사생활 침해가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물리적 거리두기와 최소한의 신체적 접촉을 강조하고 있으나, 기존 환경에서 감염을 최소화하는 소극적인 대책에 한정됐다.
‘이용시설’은 경제적으로 취약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 물질적·심리적 지원을 했던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단시설 이용이 제한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긴급 돌봄과 같은 대체제가 있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서비스 공백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팬데믹 사태 초에는 사회복지시설 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코호트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인권 침해와 의학적 조치라는 두 개의 가치가 상충했다. 사회복지학에서 코호트 격리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 대책 차원에서 가능한 옵션이지만, 행정 편의적으로 시행될 경우에는 인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설) 내부인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한 그간의 코호트 격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설 생활인 및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일상적인 안전 대책이 섬세하지 못하면, 입소자들의 안전과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소한의 물리적 거리두기와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다수인 보호시설’과 같은 집합적 거주환경에 대해 문제를 인식해야 하고, 정부 차원의 시설 개혁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 대면 서비스가 급격히 축소됐다. 사회복지시설 서비스 중 대면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큰가. 대면 서비스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집단은 어디인가.
사회복지시설은 100% 대면 서비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나 장애인, 그 밖에 많은 복지시설 이용자들에게 ‘비대면으로의 빠른 전환’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에 대해서는 공백 없는 돌봄을 제공하려고 ‘긴급 돌봄 서비스 지침’이 마련됐다. 또한 비대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갖춰가면서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편리하고 유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동시에, 여전히 스마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대면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전문적인 서비스 콘텐츠 개발이나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 제공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돌봄 서비스도 비대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돌봄 서비스는 대면을 기반으로 하는데, 현장에선 어떤 식으로 비대면이 가능한가. 비대면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수혜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지난 1년간 비대면 서비스 개발이 매우 빠르게 이뤄져 왔다. 사회복지관 온택트(Ontact) 복지프로그램 사례집 등 매뉴얼이 지방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만들어져 보급되고 있다. 예를들어 한신대학교에서 운영 중인 오산 복지관에서는 지난 여름 ‘코로나! 이기닭(자)!, ‘복이 왔네요’ 같은 비대면 프로그램을 기관 차원에서 개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부활동이 없고 체력, 면역, 회복력 등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낮은 분들을 위해 (팬데믹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집 인근의 청소년들과 연계해 영양식을 배달하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한 봉사 프로그램이다. 각 기관마다 이용자들의 특성이 다르고 기관의 대응역량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지역기관에 대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복지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적 기술 지원 등이 필요하다.
-팬데믹 사태로 ‘코로나 블루’와 ‘심리 방역’이 신조어로 떠올랐다. 취약계층의 코로나 블루 상태는 얼마나 심각한가. 이들을 위한 심리 방역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역 주민을 위한 심리지원 서비스 체계가 미흡했고, 응급 위기 개입 방식으로 사후적 대응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를 겪으며 주민들을 위한 적절한 정서적 지원이나 심리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이슈가 제기됐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심리 방역 차원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재난심리지원 차원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보편성이나 지속성 측면의 한계가 있다. 주민의 힐링이나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의 서비스 보급이 필요하고, 지역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관들이 주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전문적 역량뿐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장비나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이나 소그룹으로 회차를 늘려 운영하다 보니 업무량과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긴급 돌봄 등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의 안전에 필요한 방호장비가 부족해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수칙의 수시 조정 등으로 기관 운영상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역 내 방역과 서비스 업무 간 의사소통을 위한 협의 구조를 만들고 서비스 제공 기관들도 직접 참여해 안전한 필수 서비스 제공 방안에 대해 같이 논의해야 한다.
-사회복지 학자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사회가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재난대응 과정에서 사회복지기관들이 지역 사회의 핵심적인 지원 인프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험은 긍정적이다. 실무자들이 지역주민의 삶에 관심을 갖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이 됐고, 스마트 복지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의사소통 및 정보교류 및 교육을 활성화하는 계기도 마련됐다. 더 나아가 주민과 함께 마을의 성장에 기여하고 지역 복지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해 공동체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힘든 삶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지역혐오나 사회적 낙인 등의 이슈로 인해 사회적으로 도전받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COVID-19와 인권에 관한 유엔 사무총장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평등, 비차별, 포용이 이번 위기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걸러지고 격차 해소와 평등사회로의 변화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학사/ Univ. of Wisconsin 석사/ Columbia Univ 박사
現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現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민간위원
現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평가총괄위원회 분과위원장
現 보건복지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現 농림축산식품부 삶의질위원회 위원
現 한국복지인력개발원 이사
現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인권전문위원회 전문위원
現 한국연구재단 학술지원사업 평가위원
前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분과위원장
前 보건복지부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국민자문단 단장
前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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