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생명과학Ⅱ 20번 응시자 전원 정답 처리
-강태중 평가원장 “책임 절감한다”며 사퇴 의사
-올해 포함 역대 수능 문항 오류 제기 총 9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법원이 출제 오류가 맞다고 판결했다. 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응시자 전원을 정답 처리하기로 결정했고, 평가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출제 오류 논란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역대 수능 문항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서울행정법원은 수험생 A모군 등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로 총 156건의 이의가 제기됐다. 일부 수험생들은 해당 문항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답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조건이 잘못 제시된 하자는 평균적 수험생 입장에서 답을 정하는데 실질적 문제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고집한다면 수험생들에게 앞으로 쓸데없이 생각을 많이 하게 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불리해지게 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님,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답 취소 판결에 따라 20번 문항에 대해서는 ‘정답 없음’으로 모두 정답 처리할 방침이다. 해당 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0번 문항 ‘모두 정답’...과거에는 어땠나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해 모두 정답 처리되거나 복수 정답 처리되는 사례는 과거에서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수능이 처음 시행된 1994년 이후 첫 출제 오류는 2004학년도 수능 언어 17번 문항이다.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르스의 미궁’ 두 지문을 읽고 답을 고르는 문제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당초 5번 만을 답으로 인정했으나 논란이 있자 3번까지 정답으로 추가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이종승 당시 평가원장이 물러난 바 있다.
그 밖에도 ▲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 ▲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 2015학년도 외국어 25번, 생명과학Ⅱ 8번 ▲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 물리Ⅱ 9번 ▲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논란이 됐다. 특이하게도 2015, 2017학년도 수능에서는 두 문항에 대해 오류가 제기됐다.
복수정답으로 처리된 사례는 ▲ 2004학년도 언어 17번 ▲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 ▲ 2015학년도 외국어 25번 ▲ 2015학년도 생명과학Ⅱ 8번 ▲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이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과 2017학년도 물리Ⅱ 9번은 올해 생명과학 20번 문항과 마찬가지로 모두 정답으로 처리됐다.
2014학년도 수능의 경우 시험 종료 1년 후에 출제 오류가 인정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세계지리 8번은 북미자유무역협정권(NAFTA)와 유럽연합(EU)에 대한 문항이었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냈다. 하지만 세계은행 통계를 살펴본 결과 사실과 달랐다.
수험생들의 이의제기는 시험이 끝난 지 1년 만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오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뒤늦게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했고, 1년 뒤 대학에 추가 합격한 학생들이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