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오는 24~25일 정기주주총회 열어
신한금융·우리금융 신임 사외이사에 여성 후보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4대 금융그룹 사외이사 75%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업계는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5일 KB금융과 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주주총회 소집공고 통해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5명 가운데 22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것을 공시했다.
주총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주로 전년도 사업의 재무제표 승인과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며, 비전 제시 및 신사업 계획 발표 등도 이뤄진다.
우선 KB금융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7명의 사외 이사 중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권선주·오규택·김경호 등 6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6년 임기가 끝난 스튜어트 솔로몬의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는 사 측과 노조 후보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사 측은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최 교수는 카카오 사외이사를 6년간 역임한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ICT뿐만 아니라 핀테크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KB금융이 대면 영업점에서 비대면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인물이라는 평이다.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이다. 김 전 부행장은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 홍콩현지법인 등에서 근무한 글로벌 사업 분야의 전문가다. 노조는 KB금융지주가 글로벌 사업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김 전 부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사내이사진도 정비한다. 기존 이사회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사내이사),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는데 국민은행장이 이재근 행장으로 바뀌면서 관례에 따라 이 행장이 새로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신한금융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안순 대성상사 주식회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윤재 전 대통령재정경제비서관, 진현덕 ㈜페도라 대표이사, 허용학 First Bridge Strategy Ltd. CEO 등 7명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재선임 추천했다.
신한지주 및 자회사에서 9년의 임기를 마친 최경록 이사를 대신해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로써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 윤재원 이사와 함께 모두 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에 능통하고 인권, 사회복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ESG,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로 영입됐다.
신한금융은 “ESG 및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추진에 기여하고 다양한 주주들의 의사를 공정하게 대변하는 사외이사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CDO(디지털전략 전담 임원)에 40대를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한 우리금융지주는 사외이사진도 쇄신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1980년생인 송수영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우리금융 이사회에 여성 사외이사가 합류하는 첫 사례이자, 첫 40대 초반 연령 사외이사 발탁이다.
기존 남성으로만 구성된 6명의 사외이사진에 송 변호사를 추가하면서 다양성도 갖추게 됐다. 우리금융은 송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유로 성별 다양성, ESG 강화를 꼽았다. 송 변호사는 세종에서 PE 자문 등 금융과 ESG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법률 및 ESG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의 성 다양성 제고는 물론 금융·경제·경영 분야 외에도 법률 및 ESG 분야 등 이사회의 집합적 전문성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전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등 임기가 끝나는 4명의 사외이사를 임기 1년의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10년 만에 CEO를 교체한 하나금융은 주총에서 함영주 회장 후보자의 선임 등의 안건을 다룬다.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함 후보자를 최종 후보이자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하나금융은 6년 임기를 다한 박원구 이사를 대신해 이강원 하나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백태승·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등 나머지 사외이사 5명은 임기 1년으로 재선임한다.
신임 사외이사진 여풍(女風)의 이유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 이사를 의무로 둬야 하는 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다.
앞서 2020년 2월 4일 개정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은 법 공포 6개월 뒤인 2020년 8월 5일, 유예기간 만료는 올해 8월 5일이다. 이에 따라 각 금융지주 역시 의무적으로 여성 사외이사 1명 이상이 필요하게 된 것.
금융지주들은 여성 사외이사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에 최소 20% 이상을 여성으로 반영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후보군(롱리스트)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7.8%(30명)에서 2020년 말 24.8%(29명), 2021년 말 37.4%(49명)으로 눈에 띄게 비중이 확대됐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4월 ‘사외이사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외이사 후보군 중 최소 20% 이상을 여성 인재로 확보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하나펀드서비스 새 CEO로 노유정 전 하나은행 상무를 추천했다. 노 후보는 하나금융그룹의 관계사 CEO 중 첫 여성 CEO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말 신한DS 대표이사 사장에 사내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쉬어로즈’ 1기 출신 조경선 대표를 신규 선임 추천해 그룹 첫 여성 CEO를 배출했다. 이는 각 금융지주마다 ▲KB WE 스타 멘토링 ▲신한 쉬어로즈 ▲우리 윙 ▲하나 웨이브스 등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성 CEO 확대에 힘쓴 결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