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액 21조 넘어
14일 기준 반대매매 규모 260억 원...4개월 만에 최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전 세계적인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빚투족’이 담보 부족에 직면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코스피지수는 2,451.41에 마감했다. 전거래일보다 4.03포인트(0.16%) 올랐지만, 2500선을 회복하진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7일간 하락폭은 8.4%(223.27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연초보다 18.1%(541.39포인트)나 빠진 수치로, 종가 기준 코스피가 2440대로 내려간 건 2020년 11월 9일 2447.20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코스피가 2400선으로 주저앉자 ‘빚투족’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대출받는 조건으로 증권사에 담보로 맡겨놓은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증권사가 강제 처분에 나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만기 기간 내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매매를 말한다.
손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신용융자)에 나서는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21조 6086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보다 440억 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증가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평균이 19조 4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하반기(9조 원)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코스피가 3.52% 폭락한 13일 삼성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에서 신용 융자 계좌 중 담보부족계좌 건수는 지난달 초 1500개보다 521.5% 급증한 9323개였다.
증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주식, 펀드 등의 담보가치가 대출액의 140% 아래로 떨어지면 담보부족계좌로 분류한다. 투자자는 다음날까지 돈을 채워 넣지 못하면 그 다음날 오전 하한가에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반대매매가 발생하면 대출받은 투자자는 대출금뿐만 아니라 본인의 투자 원금도 대부분 날리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증권사들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받은 주식을 헐값에 팔고, 손실 책임이 대출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260억 3400만 원으로 집계돼, 지난 2월 15일 270억 2600만 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31일(11억 5500만 원) 이후 9거래일 연속 증가세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매물이 많아져 증시 자체의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 코스피가 ‘심리적 저항선’인 2500선을 내준 데 이어 2440대까지 내려간 만큼 일각에선 반대매매 급증 현상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해왔던 만큼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반등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0.75~1.00%에서 1.5~1.75%로 75bp(0.75%포인트) 인상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더 이상 빠질 요인이 없다”며 “글로벌 경기 자체가 좋지 않으니 상승과 하락이 제한돼 있는 박스권 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