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서 식집사·풀멍 등 신조어 성행
식물 시장, 청년층 소비자로 빠르게 성장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직장인 A모(28) 씨는 퇴근 후 집에서 수박 새싹을 보는 게 일상의 소소한 재미라고 말한다. 사용하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에 먹다 남은 수박씨를 심은 결과 새싹이 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수박 줄기를 보며 A씨는 내심 열매까지 맺길 기대하고 있다.

# 직장인 B모(29) 씨의 자택은 여느 꽃집 부럽지 않다. 정성 들여 기른 모종은 어느덧 분갈이를 해야 할 만큼 자랐고, 모종 10개 중 일부를 토분에 옮겨 심었다. 물조리개를 이용해 식물에 물을 주는 게 B씨의 주요 하루 일과가 됐다.

직장인 B모(29) 씨가 기르는 반려식물. (사진=B씨 제공)
직장인 B모(29) 씨가 기르는 반려식물. (사진=B씨 제공)

9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식집사’와 ‘풀멍’ 해시태그 게시물이 각각 20만 6천 개와 2만 4천 개가 넘었다. ‘반려식물’ 게시물은 무려 93만 7천 개에 달했다. 10·20세대 이용자들이 올린 게시물도 상당수 확인됐다. 화분 기르기는 중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가볍게 비껴갔다.

‘식집사’와 ‘풀멍’은 식물과 관련된 신조어로 청년 층 사이에서 주로 사용된다. 식집사는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식물을 기르는 사람을 뜻하고, 풀멍은 식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반려식물’은 식물을 단순 유희목적으로 기르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정성을 들인다는 의미가 담겼다.

먹다 남은 수박 씨앗을 심고 기르는 중이라는 직장인 A모(28) 씨는 <뉴스포스트>에 “환경을 생각해서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해 화분처럼 사용했다”며 “싹이 한번 자라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택에서 키우기 때문에 얼마나 자랄지 모르지만 열매도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퇴근 후 수박에 물을 주고 얼마나 컸는지 카메라로 기록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새끼 손톱 만한 수박 새싹 떡잎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며 “햇볕이 잘 드는 텃밭도 아니고 텁텁한 집에서도 새싹이 자라나는 걸 보면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직장인 A(28)모 씨가 기르는 수박 새싹. 먹다 남은 수박씨와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해 기르고 있다. (사진=A씨 제공)
직장인 A(28)모 씨가 기르는 수박 새싹. 먹다 남은 수박씨와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해 기르고 있다. (사진=A씨 제공)

문화에서 시장으로 뻣어나간 반려식물 문화

반려식물 문화는 미디어를 통해 중년층을 넘어 10·20세대까지 뻣어나가고 있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텃밭에서 식물을 정성스럽게 기르는 장면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7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응답자는 무려 51.1%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이 컸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46.3%)보다 20~30대(61.1%)가 많았다.

젊은 층까지 확산한 반려식물 문화에 시장은 빠르게 주목했다. 토마토 등 비교적 재배하기 쉬운 식물 키트는 물론 식물을 간편하게 기를 수 있는 생활 가전까지 기업들은 식집사들을 겨냥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식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평가센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 재배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600억 원 규모로 500억 원이나 증가했다. 내년에는 규모가 5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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