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키즈(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
30대 이상 키덜트 열풍...촉각 곤두세우는 시장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남성 A모 씨는 만화 슬램덩크의 인기로 다시 한번 피규어(Figure) 수집에 빠졌다. 어린 시절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한 피규어를 하나둘씩 수집하는 게 A씨의 행복이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B모 씨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좋아했다. 실바니안 패밀리 동물 피규어를 가장 좋아한다는 B씨는 키덜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충청남도 아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B모 씨가 자신이 모은 피규어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독자 제공)
충청남도 아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B모 씨가 자신이 모은 피규어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독자 제공)

22일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 '키덜트'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이 176만 개 이상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피규어나 인형, 장식품, 로봇 등 다양한 장난감들의 사진이 게재됐다. 어린 아이 장난감 처럼 보이지만, 게시자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키덜트란 아이를 뜻하는 키즈(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유년시절의 감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성인들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이들이 구매하는 상품과 향유하는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과거에는 키덜트를 어른아이의 '말 못 할 취향'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존중받고 있다. 키덜트 문화를 사랑하는 성인들을 '철부지'나 '철없는 어른'이 아닌 키덜트 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남성 A모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린 시절 슬램덩크를 좋아했었는데, 올해 극장판이 개봉하면서 다시 봤다"며 "어렸을 땐 값 비싸서 사지 못한 피규어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스스로를 키덜트 족이라고 자부하는 충청남도 아산 거주 30대 여성 B모 씨는 "성인이 됐다고 취향이 변하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귀여운 인형과 장난감은 지금 봐도 귀엽다"며 "가장 좋아하는 건 '실바니아 패밀리'라는 아기자기한 동물 피규어"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키덜트 문화 소비 심리는 다양하다고 전한다. 강수정 상명대학교 소비자학 석사와 이제성 박사과정, 이준영 경제금융학부 부교수는 지난 2020년 '키덜트 소비자의 장난감 소비동기와 소비행태' 논문을 통해 총 6가지 소비 동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스트레스 해소나 즐거움을 느끼는 '쾌락적 가치', 추억과 과거를 회상하는 '노스탤지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완성 욕구', 로망을 나타내는 '이상향 실현', 어린 시절 욕망을 해소하는 '보상적 결핍', 아름다움이나 귀여움을 느끼는 '심미적 가치'로 구성됐다"며 "키덜트 소비 동기에서 '완성 욕구'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키덜트 열풍에 가장 예민하게 움직인 것은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콘텐츠 산업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약 5천억원 규모의 국내 키덜트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21년 1조 6천억원 규모로 커졌다. 향후에는 11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성별과 연령대를 구체적으로 구분해 공략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30~40대 남성 소비자들을 공략해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넷마블은 자사의 게임 캐릭터인 '양파쿵야' 관련 피규어를 출시해 MZ세대 여성들을 공략 중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