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 고등학생인 A모 양은 모 인기 아이돌 그룹의 열성팬이다. 학교에 가는 날 보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시간이 더 많은 A양에게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폴라로이드 사진에 각종 스티커를 붙이며 꾸미는 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 20대 직장인 B모 씨는 최근 비즈 공예에 푹 빠졌었다. 장기간 취업준비생 신분이던 그는 취업 준비를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형형색색의 비즈로 각종 액세서리를 만들면서 고달픈 시간을 달랬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가 20일 기준 사흘 째 300명이 넘으면서 대규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와 9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미 폭발적인 확산세를 겪은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장기화하면서 외출이나 여행보다는 집안에서의 생활이 일상이 됐다.
특히 10대와 20대 등 젊은 층은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젊은 세대에게는 자칫 무료한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취미 생활을 통해 코로나19 시국을 현명하게 버티고 있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로 자신의 물건을 꾸미는 이른바 ‘스꾸’가 1020세대 사이에서는 유행이다. 다이어리나 스마트폰,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폴라로이드 사진 등을 각자 개성에 맞게 꾸미는 것이다. 어떤 물품을 꾸미느냐에 따라 ‘다꾸’, ‘폰꾸’, ‘폴꾸’ 등의 줄임말로 불린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택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스꾸’가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스꾸와 더불어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취미에는 대표적으로 ‘비즈 공예’가 있다. 비즈를 반지와 팔찌 목걸이 등 액새서리를 만드는 것이다. 작은 구멍이 뚫린 비즈 원석을 투명한 낚싯줄에 촘촘히 끼워 매듭을 짓는다. 알록달록한 비즈는 모양과 색상, 크기도 다양해 그럴싸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힘든 취업준비생 시절을 소소한 취미로 버텼다는 직장인 B모(26) 씨는 <뉴스포스트>에 “시간이 남을 때 비즈를 엮어서 팔찌와 반지는 물론 기다란 목걸이까지 만들었다”며 “자투리 시간에 비즈 공예를 하면서 힘든 시절을 달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0대 취미에서 시장으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소한 취미를 누리는 이들의 숫자는 상상 이상이다. 인스타그램 내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이날 오후 기준 ‘다꾸’ 관련 게시물은 162만여 개, ‘폰꾸’ 3만여 개, ‘폴꾸’ 17만여 개다. 비즈 반지와 팔찌 등 비즈와 관련된 게시물도 40만 개가 넘는다.
스꾸와 비즈 공예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발 빠르게 주목한 것은 시장이다. 팝업스토어 마켓 플랫폼 스위트스팟의 유니콧 마켓은 올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다꾸 in 원더랜드’를 열었다. 편집숍 무유무유와 함께 협업해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등 ‘스꾸’ 준비물들을 서울 강남 최대 번화가에서 판매했다.
텐바이텐과 교보문고 핫트랙스, 다이소 등 문구용품 판매 업체들은 각종 스티커들을 판매하는 전용 코너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다꾸’ 전용 문구점도 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다꾸’ 시장 규모만 대략 100억 원 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에 따르면 올해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간 SNS에서는 실 꿰기와 구슬 꿰기 관련 재품의 판매량이 무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0%가 증가했다. 비즈 공예와 같은 수예용품은 126%가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지난 2월과 3월에 집에서 즐기는 취미 생활 용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고, 다시 실내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취미 용품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 눈에서 트렌디한 취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구슬 꿰기, 각종 미술공예의 인기가 뜨겁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