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에 주주들 분노
CJ, 유증에 600억 투입…올리브네트웍스 지분도 넘겨
계열사 주가, 실적 부진‧유증‧횡령에 하락세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CJ그룹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CJ CGV의 조 단위의 유상증자 소식에 그룹주 전반이 출렁인 것. 여기에 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내부의 횡령 이슈가 더해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CGV 주가가 지난달 20일 유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하락세다. 21일 종가는 전날 대비 21.1% 급락했고, 23일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5일에는 9120원으로 장 마감하며 전날 대비 2.04% 하락했다.
앞서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는 지주사인 CJ가 600억원 가량 참여한다.
또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CJ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지분 규모는 45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이 CJ CGV에 수혈된다.
CJ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영화산업 확대 취지로 이번 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CJ CGV는 2018년 이후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도 374억원 적자에 냈다. 부채비율은 912%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를 상환하고 신사업 투자를 통해 수익성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주주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지분 가치를 희석해 주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CJ CGV는 이번 유증을 통해 주당 7630억원에 신주 7470만주를 발행한다. 이는 현재 주식 4772만8537주의 1.5배 수준이다.
또한 조달 자금 중 3800억원이 채무 상환에 투입되는 점과 지주사인 CJ가 유상증자에 600억억원만 참여하는 것도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CJ CGV의 지분 48.50%를 보유한 CJ는 지분율대로라면 약 2800억원 가까이 투입해야 한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서 주주들은 “이번 유상증자는 CJ가 현금 2500억원을 주고 살 주식을 600억원 주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적자에 빚 갚는다고 개미들 돈 모으는 거다”고 토로했다.
CJ CGV의 조 단위 유증 충격에 CJ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꺽이며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유증 발표 당일이었던 20일과 이날 종가를 살펴보면 지주사인 CJ는 7만8100원에서 6만8500원(-12.29%), CJ 제일제당은 29만2000원에서 26만8500원(-8.05%), CJ 대한통운은 7만8300원에서 7만6500원(-2.3%), CJ ENM은 7만2700원에서 6만1300원(-15.62%)으로 대부분 하락했다.
올 초 대비 시총도 쪼그라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6조 5000억원에 육박했던 CJ그룹 시총은 12조원 규모로 약 25% 가량 증발했다. 국내 상위 15개 대기업 집단 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 속 횡령 사건도 터졌다. 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26일 김영규 공동 대표가 사임하고 김제현 단독대표 체지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구체적인 감사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됐다"며 "콘텐츠 부문 총괄이던 김영규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사임 소식이 알려진 뒤 27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횡령 금액이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최근 발생한 사내 횡령 사고 소식과 대표이사 사임이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여기에 최근 CJ CGV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콘텐츠 역량 강화 계획을 밝히자, 시장에서는 이를 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의 제살깎기 경쟁으로 비치며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도 간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했다.
이어 “당연히 회사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야 맞지만, 횡령 금액이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변 상황에 따른 주가 급락이었던 만큼 주가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CJ 계열사들의 투자심리 회복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J CGV의 경우 대부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되는네 우선 급한 것이 자본확충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미래 전략은 영화관이 처한 시장 상황과 경쟁 관계를 감안하면 동의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커졌지만, 성장 전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 않으면 염려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투자심리가 당장 회복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자본확충이 재무구조 개선 이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