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은행장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 검토 및 추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경쟁 촉진 의미, 장기 효과 기대”
1분기 말 지주 총자산 KB금융 691조 원 vs DGB금융 91조원
4대은행 당기순이익 평균 9239억 원 vs 대구은행 1278억 원
시중은행과 7배 이상 차이...체급 극복 숙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했다.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계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 영업으로 체급을 올리고 경쟁력을 키워, 지역 사회에 재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금융권에선 30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으로, 대구은행이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선 자산 규모나 수익 면에서 시중은행과 차이가 커 무리한 확장으로 부실화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전담 조직을 꾸리고 사업 계획을 수립해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해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은행은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은행은 3월 초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제시됨에 따라 즉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는 설명이다.  

황병우 DGB대구은행 은행장. (사진=DGB대구은행)
황병우 DGB대구은행 은행장. (사진=DGB대구은행)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다음 날인 6일 대구 수성동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과점체제를 혁신할 메기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음에도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는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에 더 든든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어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도 본점은 대구에 두고, 강원·충청 지역에 거점 점포를 출점하는 등 영업망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지역 상생’과 금융에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등을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산업자본 지분율 제한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좀 더 강화된 감독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영업 범위를 수도권으로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관건은 기존 시중은행과의 체급 차이 극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평균 9239억 원인 반면 대구은행은 1278억 원으로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주를 보면 리딩 금융인 KB금융의 1분기 말 총자산은 691조 원이며, 같은 기간 DGB금융은 91조 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의 원화 대출금 잔액도 1위 은행인 KB국민은행의 6분의 1 수준, 지점 수도 4배 가까이 차이 난다. 

지방금융만 놓고 봐도 2022년 말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4557억 원, 3878억 원으로 부산은행이 더 높다.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주축으로 지난해 8583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DGB금융은 절반가량인 4364억 원을 거뒀다.  

새로운 시중은행의 등장으로 5대 은행으로 굳어진 과점 체제가 흔들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체급 차이로 ‘메기’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브리핑에서 “사실 대구은행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대해 상당히 작은 상황이라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사이즈는 작지만 시중은행이 5개에서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중장기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지방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시중은행 전환도 적극 허용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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