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영업점 56곳·직원 114명 가담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 1600여 개를 개설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9일부터 40여 일 간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한 결과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으로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뤄진 부당 계좌 개설에는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하고, 출력본을 다른 증권사의 계좌 개설 신청서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출력본에 적힌 증권사 이름 14개와 증권계좌 종류(주식, 선물옵션, 해외선물 등 3가지) 등을 수정테이프로 바꿔, 다른 계좌의 신청서로 재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증권사 이름과 명의인 정보가 증권계좌와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66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직원들은 고객 연락처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한 사례도 32건 나왔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에게 출력본 활용을 미리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증빙할 만한 자료가 없고 주요 시중은행에선 이런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했다.

금감원은 2022년 영업점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고객당 1계좌에서 2계좌로 강화하고, 개인 실적에도 중복 반영한 점 등이 사고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가 KPI 변경 시점인 2022년 중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 절차와, 전산통제, 사후 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없이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의 조직적 일탈이 확인되면서 시중은행 인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가 문제는 법으로 심사하게 돼 있어 정해진 요건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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