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태오 회장에 징역 4년 구형
이복현 금감원장 "외부 출신 '들러리' 안돼"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걸림돌 되나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차기 회장 인선을 진행 중인 DGB금융지주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발언이 이어지고, 김태오 현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다. 내년 초 예상되던 1차 후보군(롱리스트) 발표와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도 영향을 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DG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DGB금융지주)

 


검찰, 김태오 회장에 중형 구형


18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검찰은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2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회장은 당시 대구은행장 겸 DGB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범행의 최종 책임자였으므로 가장 중한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당시 임직원 3인은 2020년 4월부터 10월 사이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미화 350만 달러(한화 41억 원 상당)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이 여신 업무만 가능한 특수은행을 수신·외환·카드·전자금융 등 종합금융업무가 가능한 상업은행으로 인가받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후 진술에서 김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나 법적인 책임 유무는 명확히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며 "대구은행 직원들이 불법을 저지를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몇몇 사람이 공모해 위법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1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차기 회장 선임·시중은행 전환 영향 우려


김태오 회장에 중형이 선고되면서 DGB금융이 진행 중이던 사업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DG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작업과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 9월 DGB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첫 회의를 열고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 개시를 알렸다.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태오 회장은 ‘만 67세 초과 시 회장에 선임·연임될 수 없다’고 규정한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3연임이 불가능하다. 
 
DGB금융은 오는 2024년 1월 초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비공개)를 결정하고. 2월 초 숏리스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2월 말엔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고 회장 선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내외부 후보군 선정을 위한 후보자 평판 조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후보로는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김경룡 전 DGB금융 회장 직무대행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외부 후보로는 2018년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 중 김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황 행장이 1순위로 거론됐지만,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으로 예측이 어렵게 됐다. 지난 12일 주요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현재 금융권의 CEO 승계 프로세스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외부 경쟁자가) 현 행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DGB에서도 이해하고 있다"며 "향후 후보군 물색이나 절차에 충분히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에서도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모범 관행에는 이사회 책임 강화와 경영 승계 절차와 관련한 30개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DGB금융 회추위의 결정이 가이드라인 마련 후 발표되는 첫 사례인 만큼 부담이 있을 거란 시각이 나온다. 

아울러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DGB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초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장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오는 9월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 원), 지배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 등 시중은행에 필요한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한편, 뉴스포스트는 차기 회장 선임 등에 대한 DGB금융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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