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직원들 고객 문서 위조해 증권계좌 개설
비위 인지 후 보고 누락 의혹도...금감원 "경위 살필 것"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DGB대구은행이 숙원 사업인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암초를 맞닥뜨리게 됐다. 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되면서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특명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DGB대구은행 직원 수십 명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 개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긴급 검사를 통해 대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동의 없이 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으로 파악했다.
대구은행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아 보고 누락 의혹도 사고 있다. 6월 말 직원들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자체 감사만 진행하고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 금감원 측은 "대구은행이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검사부 인지 후 바로 특별 감사에 착수해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며, 의도적 보고 지연과 은폐 등은 전혀 없다"며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직원 비위에 시중은행 전환 엎어질까
당초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장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오는 9월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 원), 지배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 등 시중은행에 필요한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다만 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높은 등급을 유지하던 ESG경영 평가와 고객 신뢰도에 악영향은 물론, 연내 완료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중은행 전환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당국 검사 결과 대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 미비'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전환은커녕 인가조차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최근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내부통제·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고객들과 금융당국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포스트는 인가 신청 일정과 내부통제 등에 대한 대구은행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