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2분기 순익 763억 원, 누적 횡령액은 562억 원 
지주사 관리 부실 지적도...BNK금융지주 ESG 경영 차질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BNK경남은행에서 분기 순익에 육박하는 금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액은 562억 원으로 올해 2분기 경남은행의 분기 순익(763억 원)의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실한 내부통제로 발생한 이번 횡령 사고가 경남은행뿐 아니라 BNK금융그룹 전체의 ESG 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BNK경남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BNK경남은행 본점 전경. (사진=뉴시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경남은행의 보고에 따라 지난 21일부터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한 결과 총 562억 원에 달하는 횡령·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20일 자체감사에서 직원 이 모 씨의 78억 원 규모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 혐의를 적발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보고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부터 현장점검을 벌여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 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잠정 사고 규모는 총 562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2일 이 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 모 씨의 주거지와 집, 투자금융부서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이 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 씨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부실화된 PF 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임의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 9000만 원을 횡령했다.

또한 차주(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자금을 가족 법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326억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2022년 5월에는 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 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이 씨가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하기도 했다.

KRX ESG포털 기업 ESG 조회 BNK금융지주 검색 결과. (사진=KRX ESG포털 갈무리)
KRX ESG포털 기업 ESG 조회 BNK금융지주 검색 결과. (사진=KRX ESG포털 갈무리)

업계에선 이번 경남은행의 횡령사고가 BNK금융지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지주사의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이 발견되면 BNK금융지주의 ESG 등급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 사고 이후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횡령 재발을 위해 명령 휴가제와 순환 근무제 도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은행의 횡령사고 등으로 인해 ESG 점수가 차감돼 평가 등급이 하락됐다. 

지난해 11월 4대 금융지주의 ESG 등급을 발표한 서스틴베스트는 “우리금융은 계열사(우리은행) 횡령 등 ESG 사건, 사고로 인한 차감이 등급 하락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BNK금융은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 등급에서 전국 지방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A+를 받았다. 하지만 2022년 10월 김지완 전 회장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국ESG기준원은 BNK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등급을 한 계단 하락한 A로 조정했다.

올해 3월 내부 출신인 빈대인 회장의 취임으로 지배구조상의 약점을 털어버리면서 ESG 등급이 상승에 기대를 모았다. 지역 대표 금융 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던 만큼 조직 내외부의 감시체계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이번 횡령 사고가 뼈아프다. 

한편, 금감원은 다른 은행들에도 경남은행 직원의 PF 대출 횡령과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 모든 은행에 PF 자금 관리 실태에 대해 긴급 점검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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