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DLF 중징계 손태승 전 회장 손 들어줘...제재심 재개
금감원 2020년 중징계 이후 최근 증선위 심의 마무리
3연임 이어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제재 수위 관심
노조, 정영채 해임 촉구 ”법카 부정 사용“ vs 사측 ”사실 무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라임·옵티머스 등 환매중단 사태로 이어진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가 재개됐고, 최근 금감원 검사국에 제재 대상자들이 소명하는 절차를 마치면서다. 특히 당국의 제재 절차가 잠정 중단된 사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중징계 수위가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임시 소위원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을 불러 진술을 청취했다. 지난 4월 초엔 라임 펀드를 판매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을 불러 진술을 들었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11월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양홍석 대신증권 당시 사장에 대해선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CEO의 경우 연임할 수 없게 된다. 

CEO 제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되는데, 2년 8개월가량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놓고 법적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사태로 받은 중징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대한 법리가 확립된 데 따라 제재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당시 대법원은 손 전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DLF 손실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제재를 내린 법적 근거를 라임·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최고경영자 제재에 동일하게 적용해왔다. 이에 라임·옵티머스 사태 연루 증권사 CEO들의 징계 수위도 감경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현직에 남아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이 중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초 옵티머스 펀드 관련 사기·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3연임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 경고’ 처분을 받은 정영채 대표는 당국의 제재 절차가 잠정 중단된 올해 3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대표이사 선출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회사의 성장을 이끈 점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지부가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지부가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다만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CEO들을 향한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3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을 만나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직에서 훌륭한 사람이 들어와서 커나가는데 조금 더 정직하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고 리스크를 인식하며 관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사고를) 저질러놓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잘했다고 승진하는 문화와 행태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조직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설상가상으로 NH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정영채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NH금융지주에서 내려온 NH투자증권 임원들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해 제보받았다”며 정영채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제보에 의하면 모 부사장은 중앙회 인맥 관리를 위해 무분별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하는가 하면, 모 전무는 농협중앙회와 NH금융지주에 본인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명절 때마다 수많은 선물을 보내고 골프회원권을 사용해 접대를 하는 등 비리행위가 만연한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에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면서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지부장은 NH투자증권의 우리사주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고, 우리사주 조합장은 직원들의 주주권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장사 대기업의 경우 0.5%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주주에게는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 권한이 있다”며 “우리사주조합은 NH투자증권 지분의 3%가량을 보유한 주주다”고 덧붙였다.

조합장은 회계장부 열람 권한을 인정하고, 회사에 임원 법인카드 내역과 골프회원권 사용 횟수에 대해 요구했지만 회사는 관련 자료를 숨기고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영채 사장과 경영진의 치부가 밝혀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며 “법인카드를 회사 운영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히 횡령이며 이 부분을 외면한 정영채 사장 포함 이사들은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노조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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