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건·사고에 CEO 책임론...세대교체 무게
KB·NH증권, 라임·옵티머스 사태 징계 수위 관건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금융투자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대다수가 연임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경기 부진 속 주가 조작, 불건전 영업, 해외 투자 손실 리스크 등에 따른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포스트 DB)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포스트 DB)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증권사 12곳의 수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며 김병영 BNK투자증권 사장의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곽봉석 DB금융투자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등의 임기가 2024년 3월 중 종료된다. 

지난해에는 증시 악화와 경기 위축 등으로 큰 폭의 실적 감소가 있었지만, 위기 극복과 조직 등을 이유로 대다수의 CEO가 유임했다. 하지만 올해 증권가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꺾기 의혹,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이 발생하며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CEO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도 증권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내부통제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안정 도모를 위한 연임보단 변화를 통한 새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미 전격 교체를 단행한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이 용퇴하고,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해외 법인장을 지냈고,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 인물로 미래에셋이 글로벌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라는 평가다. 

이달 말 예정된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 최종 제재 결정 수위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 일부 CEO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림 사장과 정영채 사장은 CEO 제재 리스크에도 탄탄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1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29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징계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양홍석 당시 대신증권 사장(현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2021년 3월에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처분하기도 했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이후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다.

업황 부진 속에서도 호실적은 거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상대적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431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증권업계 1위 성적표를 받았다. 유상호 전 부회장이 12년 동안 수장 자리를 유지한 것도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기술 탈취, 보수 미지급 등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과 부동산 PF 투자손실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을 6년째 이끌고 있는 장석훈 사장도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34% 증가한 50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올해 증권가의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아 내부통제 잡음이 없었던 점이 긍정적이지만, 삼성그룹의 인사 방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상태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27.9% 증가한 241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3분기에는 전년보다 –104% 하락한 18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금융(IB) 부문 실적이 40% 이상 넘게 빠져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 9일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황현순 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2026년 3월이었다. 

해당 사안은 현재 이사회에서 보류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사회는 대표이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고, 추후 이사회에서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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