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까지…근속 15년‧과장급 이상
국내 신용평가사 3곳서 신용등급 하향 돼
이마트 노조 “사원들 패잔병 취급하나”
인력 구조조정 모자라 의료비 지원 중단 주장도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유통 공룡 이마트가 연일 계속되는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 여파에 지난해 창사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이 연이어 강등됐다. 결국 이마트는 창사 첫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의 반발에 부딪히며 노사 갈등이 빚어질 우려도 나온다.

                                 이마트 본사 전경(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본사 전경(사진=이마트 제공)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앞서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지만 이처럼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1993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대상은 근속 15년·과장급 이상 직원이다. 신청자에겐 퇴직금과 별개로 월 급여 24개월치(기본급 40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3000만원의 전직지원금 등이 제공된다. 희망퇴직 접수는 다음달 12일까지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건 지난해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 건설경기 부진에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신세계그룹에서 대형마트 부문 인적분할로 법인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본업인 이마트도 실적 하락폭이 컸다. 별도 기준 이마트의 연간 매출은 16조55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880억원이었다. 각각 전년대비 2.1%, 27.4% 줄었다. 4분기 별도 매출은 3조6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 영업이익은 393억원으로 전년보다 420억원 축소됐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강등시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27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달 22일과 26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내렸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수익성 저하에 따른 실적 부진과 이익 창출력 약화, 높은 재무부담 등을 등급 조정 사유로 꼽았다. 나신평은 유통사업 경쟁력 약화와 이커머스 채널과의 경쟁 심화 및 투사 정과 발현 지연 등을 주요인으로 설명했다.

경영 효율화 총력

이마트는 최근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수익성 강화와 비용 효율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마트 측은 “올해는 소비침체가 지속되며 소매 유통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고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장 운영 구조적 개선을 위해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 운영과 배치를 최적화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표 유통 계열사 3곳을 통합해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3사 대표를 겸임하며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하고 상품본부도 하나로 합치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성과 1순위로 두고 임원진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8일 승진한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실을 재정비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해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개편했다.

다만 현장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다. 이마트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이마트) 사원을 패잔병 취급하고 있다”며 “회사가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 사측의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새로 온 한채양 대표는 업의 본질을 이야기 하더니 결국 회사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인건비 줄이고 재무를 건드는 것 외 보여준 것이 없다”며 “이 엄혹한 시절에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벌거벗은 임금님에 간신들이 난무하는 회사에 아무리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고 일갈했다.

이어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행되고 희망을 줘야 할 조건이 돼야하며 그 이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 임을 고객들과 시장,사원들이 공감 할수 있도록 경영하길 우리 교섭대표 노조는 강력히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는 이날 이마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마트의 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 등 무책임한 경영을 지속한 오너일가에 있다며, 희망퇴직과 복지 축소 등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구조조정을 멈추고 부족한 현장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방적인 복지 축소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측은 “이마트는 지난달 1분기 전사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및 유사 비급여 치료 항목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협의하고 공시했다”며 “노사협의회 제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취업 규칙 변경을 하고 있다.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원 축소는 사실이다”라며 “다만 질병 사전 예방 차원에서 종합검진 대상자 범위를 넓혔다. 기존 부장 이상 또는 만 35세 이상과 근속 10년 이상 직원 대상에서 근속 3년 이상 전사원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취업 규칙 변경 주장과 관련해서는 “의료비 지원 제도는 취지와 목적에 맞게 회사의 재량권 행사가 가능한 제도로 근로자 대표와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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