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로 키운 계열사…승계 지렛대 역할 되나
과거 M&A 업무 경력으로 외형 확장·성과 이뤄낼까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빙그레 3세 김동환 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본사 지분이 없는 김 사장은 지배력을 확대를 위해 빙그레 3대 주주이자 본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가족회사 '제때'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 본사 (사진=빙그레)
빙그레 본사 (사진=빙그레)

지난달 30일 김호연 빙그레 회장 장남인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 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이 본부장이 된 지 1년 만이다.

김 사장은 연세대 국제학부 경제학과를 졸업 후 EY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을 담당했다. 이후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해 구매부 과장과 부장을 거쳤으며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2023년부터는 경영기획·마케팅 총괄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로 후계 구도가 장남으로 굳어지고 승계 절차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나 김 사장은 빙그레에 지분이 없는 상황이다. 빙그레의 지분은 김호연 회장이 36.75%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이어 재단법인 김구재단이 2.03%, 제때가 1.99%, 재단법인 현담문고가 0.13%를 가지고 있다.

다만 김 사장은 빙그레의 3대 주주에 올라있는 ‘제때’를 통해 간접적으로 빙그레에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제때를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제때는 2006년 빙그레가 케이엔엘물류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회사로 김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는 김 사장(33.34%)이며, 차남인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와 장녀 김정화 씨가 각각 33.33% 지분을 갖고 있다.

제때 활용 방안은

제때는 인수 당시부터 빙그레의 물류를 대행하는 등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키워왔다. 한때는 매출의 95%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기도 했으나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2015년 43%에서 지난해 25%까지 비중을 낮췄다.

업계는 제때의 육성 목적을 상장으로 보고있다. 오너가 지분이 많은 자회사나 계열사의 상장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상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지난 2021년 액면분할 이후 주식배당을 통해 총주식수를 늘리고 있어서다. 통상 비상장사는 상장 전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리고, 주당 액면가를 낮춰 공모가 흥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주당 금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해 주식 수를 56만5358주에서 684만820주로 대폭 늘린 바 있다. 이후 주식배당을 통해 신규 주식 수를 늘렸다. 5년 전인 2018년 기준 총주식수는 34만 7785주이었고, 2023년 기준 제때의 총주식 수는 952만 5155주로 27배 이상 늘어났다. 보유 지분율이 많은 만큼 제때가 상장한다면 재원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당금도 늘고 있다. 2018년 9억7379만원에서 지난해 28억5754만원으로 4년 만에 약 19억이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2020년 26.87%에서 3년 만에 2023년 58.41%로 올랐다. 제때가 100% 가족회사인 만큼 배당금이 오너 일가로 유입되고 있어 이 또한 승계 발판을 만드는 데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사장은 신사업 성장과 인수합병에 집중하며 승계를 위한 성과에 힘쓸 것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은 빙그레 건강tft, 더단백 등이 있다. 특히 김 사장이 회계법인에서 M&A 업무를 맡았던 만큼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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