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근육병 소년의 행복이야기' 운영자 권지은 씨 인터뷰
듀센형 근이영양증 아동 양육...기립기 등 장애인 보조기기 이용 중
부족한 아동 보조기기 지원..."발로 뛰지 않으면 정보 찾기 어려워"

비장애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장애인에게는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 각종 보조기기들은 장애인들이 일상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복지 차원에서 장애인 보조기기를 일부 또는 전액 지원해 준다. 하지만 보조기기를 지원받는 장애인들은 절반도 채 안 된다. 무엇이 장애인들을 일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일까. -편집자 주-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권지은 씨가 듀센형 근이영양증을 앓는 아들 황온유 군의 기립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보조기기지원센터에서 대여받은 기립기로 황군은 재활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권지은 씨가 듀센형 근이영양증을 앓는 아들 황온유 군의 기립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보조기기지원센터에서 대여받은 기립기로 황군은 재활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장애인 보조기기는 장애인들의 일상 활동을 돕고,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보완하는 장치로 장애인들에게는 일종의 생필품과도 같다. 보청기나 의족, 의수, 휠체어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보조기기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생소한 보조기기 역시 많고,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대체로 고가품이라 장애인들이 구입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크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장애인고용공단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에서는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필요한 보조기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금액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한다. 하지만 보조기기 구매 시 지원을 받은 장애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 2020년 조사에 따르면 구매 시 외부 지원을 받은 장애인은 43.2%로, 전체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제도가 버젓이 있는데도 왜 나머지 56.8%는 공공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던 것일까. 무엇이 장애인들을 원활한 일상생활로부터 멀어지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포스트>는 이달 16일 서울 성북구에서 유튜브 채널 '근육병 소년의 행복이야기'를 운영하는 권지은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씨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을 앓는 초등학교 5학년 황온유(가명) 군의 어머니다. 듀센형 근이영양증은 성장하면서 근육이 소실되는 병으로, 당장은 치료법이 없다. 3살부터 병이 진행된 황군은 중증지체장애아동이다. 약간의 다리 힘과 팔힘이 남아있지만, 휠체어를 통해 이동해야 한다. 권씨 역시 6급 시각장애인으로 한쪽 눈이 실명됐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듀센형 근이영양증과 장애아동 양육 등에 대해 알리고 있다.

권씨 가족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서울시 장애인보조기기센터로부터 황군의 보조기기를 지원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보조기기 구매 금액의 일부를 지원 받았고, 서울시 장애인보조기기센터에서는 황군의 재활을 돕는 기립기를 대여받았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사업'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해 맞벌이 가정인 권씨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 설치된 이동식 리프트. 듀센형 근이영향증을 앓는 황온유 군은 매일 리프트를 이용해 등하교를 한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 설치된 이동식 리프트. 듀센형 근이영향증을 앓는 황온유 군은 매일 리프트를 이용해 등하교를 한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근육병 소년'을 위한 지원은 없었다

권씨는 공공의 보조기기 지원이 중증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희 아이를 비롯한 근육장애인은 자라면서 장애가 점점 진행된다. 진행 정도에 따라 자주 보조기기를 바꿔줘야 하는데, (지원제도에는)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보조기기 금액 지원도 항상 반쪽짜리인데, 지원 품목도 너무 한정적이라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제장애인의 경우 지원제도가 대체로 척수장애인을 기준으로 두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씨는 "척수장애인과 근육장애인은 겉으로는 구별이 잘 안 되지만, 척수장애인은 근육장애인보다 비교적 상체가 건강하다"며 "근육장애인 팔 힘이 없어서 앉은자리에서도 이동하는 게 매우 어렵다. 화장실에 갈 때만 해도 변기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런 장비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보조기기 지원을 거부당한 경험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권씨는 최근 황군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의료진에 처방을 받은 후 '활동형 휠체어' 구매했다. 금액을 사후 지원 받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을 찾았으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권씨는 활동형 휠체어 금액비 지원을 거부당한 경험담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황군은 평소 '일반형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 왔다. 일명 '병원용 휠체어'라고도 불리는 일반형 휠체어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제작됐다. 이 때문에 근육장애인이 스스로 휠을 밀면서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활동형 휠체어는 소재가 가볍고, 이동이 자유로워 팔 힘이 약한 황군도 혼자서 이용할 수 있다.

권씨는 "(건강보험공단 측은) 저희가 이동식 리프트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활동형 휠체어는 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활동형 휠체어를 지원받은 사람에게는 전동휠체어 지원이 안 된다더라.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고, 미리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내부 규정이 있다는데,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했다. 왜 공개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권씨의 자택에는 반층 정도의 낮은 계단이 있다. 비장애인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계단이지만, 휠체어를 탄 황군은 리프트 없이 이동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이동식 리프트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받았는데, 리프트가 활동형 휠체어 지원에 족쇄가 될 줄은 권씨는 몰랐던 것이다.

그 밖에도 근육장애인 아동이 보조기기를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체장애인 노동자는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전동 휠체어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직업이 없는 장애인이나 아동의 경우 전동 휠체어를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땅치 않다는 게 권씨 주장이다. 장애인 노동자보다 형편이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큰 장애아동은 오히려 고가의 보조기기를 지원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권씨는 "노인과 장애인을 갈라놓고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다. 경사로나 손잡이 등 노인요양으로 지원되는 보조기기는 저희 아이에게도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저희는 한 푼도 지원받지 하고 구입해야 한다"며 "노인요양 지원을 받으면 2만원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보조기기를 저희는 지원 없이 20만원을 그대로 내고 구입했다. 근육장애인은 노인성 질환과 유사한 면이 많은데 지원이 안 돼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활동형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대형마트를 이동하는 황온유 군. (사진=유튜브 채널 '근육병 소년의 행복이야기' 캡처)
활동형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대형마트를 이동하는 황온유 군. (사진=유튜브 채널 '근육병 소년의 행복이야기' 캡처)

한국에서 장애인 가정의 삶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가정의 삶은 어떨까. 권씨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입장이다. 근육병은 현대의학으로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치료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매달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약값으로 구입하는 장애인 가정도 적지 않다고 권씨는 증언했다.

권씨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200~300만원에 달하는 전동 휠체어를 구매하지 못해 활동형 휠체어만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안쓰럽다"며 "보조기기 지원제도가 지금보다 품목을 다양화하고, 개인 지출비용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보조기기 지원제도에 대한 정보 부재 역시 장애인 가정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 여러 부처에서 제도들이 따로 운영돼 정보가 산재해 있다. 국립재활원과 중앙보조기기센터가 올해 1월 발간한 '보조기기 2023 백서'에도 해당 문제가 나와있다. 보고서는 "개별적이고 분절적인 제도 운영은 품목 명칭 상이, 개별적 품목 확대 및 관리, 전달 체계 다양성 등이 존재해 소비자의 제도 활용과 이용 측면에서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병행하는 남편 대신 홀로 수많은 지원 정보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보조기기 판매업체 기사님들로부터 지원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혼자 찾다가 안 나오면 포기하고, 결국 아무런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해 왔다. 다른 장애인 가정도 많이들 그랬을 거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권씨는 "장애인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만 겪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도 낙오된다. 자동차만 봐도 휠체어 탑승을 위해 개조하려면 추가 지출이 어마어마하다. 자차가 없는 장애인들은 잘 오지도 않는 콜택시와 저상버스를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며 "기회의 차이가 나면서 직장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지고, 미래나 삶의 방향이 바뀌어버린다.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 우리도 사회로부터 떨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가 아깝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리 (공공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도 장애인은 결코 비장애인들보다 윤택하게 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원제도로 간신히 일상을 이어나가는 것이지, 저희가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지원을 받는다고 장애인 가정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게 절대 아니다. 지금보다 정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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