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경제산업부 부장

이상진 경제산업부 부장
이상진 경제산업부 부장

중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성향 대두, 장기화하는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내 창저우 공장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현대차는 2021년과 2023년 각각 베이징 1공장과 충칭 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롯데그룹도 중국 진출 30년 만인 2024년 중국 내 마지막 운영 백화점을 연내 매각할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기업이 눈에 띈다. HL그룹의 핵심 계열사 HL만도다. HL만도는 완성차 부품과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HL만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한다.

지난해 HL만도는 중국에서 매출 1조 9630억 원, 당기이익 183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이익은 전년 대비 66.4% 늘었다. 이는 HL만도 전체 당기이익의 53%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HL만도는 다시 한 번 중국 시장 실적을 개선했다. 올해 1분기 HL만도의 중국 내 매출은 4464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선전의 배경이 뭘까? 최근 만난 HL그룹 관계자들은 HL만도의 선전 이유에 대해 “HL만도가 중국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기술력과 영업력 등 쌍두마차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유의 기술력과 함께 중국에 구축한 탄탄한 인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영업력이 대륙을 질주하는 HL만도의 비결이라는 말이다.

실제 HL만도가 구축한 중국 내 인적 인프라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L만도는 지리자동차와 장성기차 등 중국 로컬업체들과 동반성장으로 매출을 올렸다.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성향에 맞아떨어지는 영업 전략이다.

물론 HL만도가 중국 로컬업체들과 손잡을 수 있었던 건 기술력 덕분이다. 기술력이 중국 현지 업체들보다 부족하거나 비슷했다면, HL만도의 영업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로벌화를 꿈꾸는 중국의 로컬업체들은 현대자동차그룹, 포드, GM, 르노, 닛산 등 글로벌 고객사와 트랙레코드를 쌓은 HL만도의 기술력을 신뢰하고 있다.

HL그룹의 전신인 한라그룹의 창업주 운곡(雲谷) 정인영 창업회장은 ‘재계의 부도옹’이라 불렸다. 계속된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 그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운곡은 생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언어장애와 좌반신 마비라는 병마를 얻었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타고 경영 일선을 누비며 한때 한라그룹을 재계 순위 12위까지 끌어올렸다.

만도(萬都)라는 사명은 생전 기술력을 강조했던 운곡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한자어에 숨은 영어 뜻은 ‘MAN DO’(사람은 할 수 있다)다. 기술력과 사람의 노력으로 일군 영업력이란 땀이 HL만도의 글로벌 전략에 생생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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