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경제산업부 부장

이상진 경제산업부 부장

“부처란 무엇입니까?” “간시궐(乾屎)”

부처가 무엇이냐 묻자 “마른 똥막대기”라고 답한 위의 일화는 운문선사의 법문을 모아놓은 ‘운문광록(雲門廣錄)’에 수록된 그의 선문답 일화다. 

언어를 넘어선 진리를 종지로 삼은 선종(禪宗)은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 언어를 넘어선 경지에 있다고 본다. 선종의 선사들은 이러한 진리를 깨닫기 위해 관습적인 언어소통 체계를 해체하는데, 이러한 수행법 가운데 대표적인 게 바로 선문답(禪問答)이다. 간시궐 선문답은 “부처님과 불교의 가르침은 고귀하다”라는 언어적 사고에 갇힌 수행자의 한계를 깨부수는 방편으로 작용한다. 

선종의 역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인 마하가섭(摩訶迦葉)의 염화미소(拈華微笑) 일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도 중국 선종 제6조 혜능대사의 법맥을 계승하는 선종 종파다.

“그대들이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지휘관으로 참전해 모든 전장에서 전승한 채명신 장군의 묘비명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1948년 8월 15일 창설된 대한민국의 정규군이다. 현재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로 구성됐다. 국군은 창설 이후 1950년 6·25전쟁과 1960년대~1970년대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용사는 20여만 명에 이른다. 1990년대 걸프전 당시 국군 공병부대가 비전투원으로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했고, 1993년 국군은 소말리아의 평화유지를 위한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1945년 광복 당시 겨우 모체가 형성됐던 대한민국 국군은 현재 60만 명의 대군으로 성장했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국방비는 약 59조 원으로 늘었다. 美 민간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군사력 평가지수 0.1621로 세계 138개국 가운데 6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GBC요? 요즘 이슈도 안 되는데...”

지난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이 ‘50층대 GBC’ 조감도를 공개했을 때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수년 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을 반대했던 종단 관계자였지만, 이미 포기한 지 오래돼 관련 이슈를 팔로우하지 않고 있었다. 

2017년 현대차그룹과 대한불교조계종은 105층 높이의 GBC 건립을 놓고 다퉜다. 롯데월드타워(555미터)보다 높은 569미터에 달하는 GBC가 들어서면 봉은사의 일조권 침해되고, 이로 인해 봉은사 보유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서울시지정문화제를 포함한 목조건축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계종은 105층짜리 GBC 건물이 들어서면 불과 500미터 거리의 봉은사와 일대의 문화 경관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5층 이상’ 올라가는 건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불교 최대 종단 조계종의 이러한 반발은 최종적으로 ‘묻혔다’. 서울시는 2019년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을 위한 용도지역변경 및 용적율 상향을 내용으로 하는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고시했다. 주변 일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지정도 고시했다. 이어 2021년 5월 4일 서울행정법원이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등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며 현대차그룹의 105층 GBC 건립은 그대로 추진됐다.

군(軍)도 GBC 건립을 놓고 현대차그룹과 날을 세웠다. 105층 높이의 GBC에 대공(對空) 시설물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군은 해당 건축물이 작전계획상 관측 시야를 제한해 방공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통상 국방부는 대공방어를 위해 ‘대공방어협조구역’을 지정한다. GBC 부지는 행정기관 위탁고도가 해발 237미터에 불과하다. 569미터 높이의 GBC는 고도제한을 300m 이상 초과한 셈이다. 이에 수도방위사령부는 대공시설물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군보심의 결과 통보서’를 현대차그룹에 전달했다. 당시 수방사는 GBC 건물 옥상에 △휴대용 SAM 예비진지 △무인대공감시장비 △비디오월 등을 설치·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2019년 11월 현대차그룹은 국방부의 문제 제기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눌렀다’. ‘일단 105층의 절반만 짓고 절반을 짓는 기간에 국방부의 대공방어에 문제가 없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여 국방부와 서울시, 현대차 간 GBC 건립 관련 합의를 기반으로 건축허가서를 교부했다.

조계종과 국방부의 민원과 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얻어낸 현대차그룹의 ‘105층 GBC’의 결말은 최근 싱겁게 끝이 났다. 현대차그룹이 105층 GBC 계획을 포기하고, 55층 높이의 타워 2개동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선회하면서다. 그간 105층 GBC라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기대했던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에 ‘재협상’을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설계안을 가지고 나온 ‘55층 GBC’가 수년 전 조계종이 주장한 ‘55층 GBC’와 같다는 점이다.

도로아미타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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