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장비 통제 확대하고 中에 HBM 수출 차단
삼성전자, 中에 HBM 공급… "매출 30% 영향" 전망도
기술 투자 외에 외교적 해법도 절실 "기술·외교 간극 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이 라인에서 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이하 HBM)가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삼성전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이 라인에서 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이하 HBM)가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규제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HBM 구형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전해진다.

수출길이 막힐 경우 삼성전자의 매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에선 국가적 노력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정부의 규제외교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외관. (사진=뉴시스)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외관. (사진=뉴시스)

5일 무역안보관리원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국가안보를 위해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시행한 가운데 지난 2일에도 같은 사유로 추가 통제를 시사했다. 인공지능(AI) 시스템과 첨단 컴퓨팅을 군사적 목적으로 도입하려는 중국을 통제하겠다는 목표다.


반도체 장비 통제 확대하고 中에 HBM 수출 차단


BIS는 24종의 반도체 장비와 3종의 소프트웨어를 중국 수출규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또 반도체 장비 기업, 투자회사 등 중국의 140개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 안보에 위협에 미치는 '엔트리리스트(EL)'에 등재해 이들 기업에 수출 시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의 수출규제와 달라진 점은 HBM이 규제 대상으로 추가된 데 있다. BIS 발표에 따르면 HBM의 밀도가 2.5GB/second/mm2 초과 시 통제 대상인데, 이는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이 대상에 포함된다. 사실상 모든 HBM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BIS는 중국(마카오 포함)을 무기 금수국(D:5 그룹)에 포함해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에 사전보고 등 요건을 충족해야 허가하도록 조치해왔다. 지난해에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핵심인 노광(EUV), 식각, 세정 장비와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이 있는 AI 칩을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


하이닉스·마이크론, 글로벌 빅테크에 HBM 공급 박차


SK하이닉스가 지난 9월 공개한 5세대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9월 공개한 5세대 HBM3E. (사진=SK하이닉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개사가 만드는 'HBM2' 이상 제품들에 이 조항이 적용되며, 특히 삼성전자만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HBM의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AWS), 메타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AI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AI 칩을 만드는 데 HBM이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주력인 4세대 HBM3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고, 내년에는 구글과 아마존 등을 잠재 고객사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마이크론도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늘릴 기세다.


삼성전자, 中에 구형 HBM 공급… "매출 30% 영향"


 삼성전자 2세대 8GB HBM2 D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2세대 8GB HBM2 D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 비중이 높아 중국에 수출되는 HBM이 많지 않고,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에 HBM 제품을 수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은 미국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HBM을 사재기하고 있는데, 최신 제품이 아닌 HBM2E(2세대)를 주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수출한 HBM 제품도 대부분 2세대 구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며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때문에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경쟁사보다 HBM 수출규제의 타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전자 HBM 매출의 30%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HBM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지만,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 분석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8%에서 올해 21%로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3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 투자 외에 외교적 해법도 절실 "기술·외교 간극 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인텔에 85억달러(약 11조7342억원), TSMC 66억달러(약9조1113억원), 삼성전자 64억달러(약 8조8352억 원), 마이크론 61억4000만달러(약 8조4762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최대 인텔에 85억달러(약 11조7342억원), TSMC 66억달러(약9조1113억원), 삼성전자 64억달러(약 8조8352억 원), 마이크론 61억4000만달러(약 8조4762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개별로 규제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많아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구적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정부의 동맹 외교가 더 성과를 내야 한다"며 "일본, 네덜란드의 경우 이번 장비 수출규제 조치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예외를 허용 받았는데 우리 정부도 예외 조치를 받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영자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이 가장 중요한 외교 자산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여전히 기술과 외교의 간극이 크다"며 "반도체 기술 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외교적 틀을 짜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반도체 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HBM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국가 차원의 문제라 회사 차원에서 드릴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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