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 지연에 희망퇴직 진행"
SMIC·화훙·넥스칩 등 中 기업
가격 인하 등 8인치 출혈 경쟁
최태원 회장 "AI 투자 비중 높아질 것"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SK하이닉스의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열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업황 회복 지연에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8인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인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올해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회사 측에선 예상보다 회복이 늦다고 판단한 셈이다. 

앞서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자국 반도체 사용을 독려하는 가운데, SK그룹 차원에서 8인치 파운드리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더 밀어줄 수 있는 상황이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한국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자에게는 1년 치 기본 연봉과 2500만 원의 위로금,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업황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했다"면서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부득이 자구방안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中 파운드리 기업 약진… 가격 인하 등 출혈 경쟁


(사진=SMIC)
(사진=SMIC)

중국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선 SMIC, 화훙반도체, 넥스칩 등 3사가 생산능력(CAPA)을 대폭 늘리며 앞서가고 있다.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첨단 장비 규제가 있었지만 8인치 파운드리는 첨단 반도체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통상 28nm 이하는 핀펫(FinFET) 등 첨단 공정이 필요하지만, 8인치는 구형 제품인 만큼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구형 반도체 장비를 대거 구매한 중국 업체들은 8인치 파운드리 산업 육성에 적극이었고, 가동률을 높이며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대만 TSMC가 선제적으로 8인치 반도체 가격을 20% 이상 인하했고, 국내 업체들도 지난해 10% 내외로 가격을 인하했다. 

출혈 경쟁의 여파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지난해 영업손실 174억을 내며 부진했다. 올해 SMIC, 화훙 등이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미중 갈등 이후 공급망 위기 타개를 위해 IT 업체들에 자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이 설 길은 좁아지는 모양새다.


中 반도체 사용 장려… 키파운드리까지 영업손실


SK하이닉스 청주 8인치팹.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 8인치팹. (사진=SK하이닉스)

실제로 SMIC의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86%를 차지해 지난해 3분기(84%)보다 늘었지만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감소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선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MIC는 그동안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대만 UMC에 밀렸지만, 올해 2분기부터 UMC의 점유율이 5%로 하락한 반면 SMIC는 6%로 오른 덕에 3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올 5월 중국 국영기업인 우시산업발전집단(WIDG)에 파운드리 사업 지분 49.9%를 넘기며 리스크에 대응했다. 당시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차원에서 국내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 또한 희망퇴직을 받았다. 8인치가 주력인 SK키파운드리도 지난해 6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업황 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관계자는 다만 "이번 희망퇴직 결정은 시스템IC에 국한된 부분이고 SK키파운드리와는 무관하다"며 키파운드리의 희망퇴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최태원 회장 "AI 투자 비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4'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4'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수펙스추구협의회)

한편, SK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를 과감히 줄이는 리밸런싱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의 3사 간합병, 반도체 사업을 하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리밸런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 현장에서 "(리밸런싱을 통해) AI 투자 비중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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