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 전원 일치 인용
환호와 눈물...한남동 관저 앞 찬반 희비
[뉴스포스트=김윤진 기자] 4일 낮 11시. 헌법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낭독했다.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선고. 헌정사상 세 번째 탄핵심판의 결과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관저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는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새벽부터 가슴 졸이며 기다렸다.
기자는 이날 한남동에 나서서 역사적인 순간 속 시민들의 희비를 기록했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몇 시간이나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냈다.
관저 전방의 한남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찬반 진영이 갈렸다.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들이 바리케이트를 쳐서 접촉을 차단한 것이다.
양 진영을 왕래할 때 10분 정도 걸렸다. 육교를 건넌 뒤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야 했다. 곳곳에 포진한 경찰들과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켰다.
아침 9시께. 집회 시작을 알리는 스피커를 먼저 튼 건 탄핵 반대 측이었다.
"각하 탄핵 기각 시 국수를 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는 4대 4로 나올 것 같습니다!"
"기각하면 각하께서 잠시 내려오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반대 측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은 걸 알면서도 기세를 올리는 듯했다. 기자가 만난 시민들의 표현으로는 '국민된 도리'였다.
인도 쪽에 좌판을 열고 태극기 굿즈를 파는 어르신이 있었다. 그에게 탄핵심판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묻자 "당연히 업무에 복귀하시겠죠!"라고 호탕하게 얘기했다.
모두들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남매, 해병대 옷을 걸친 어르신들, 친구를 동반한 이들이 한 데 어울렸다.
집회 사회자가 선 무대로부터 멀리 있는 뒷편에서 어느 남녀를 만났다.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30대 청년들이었다.
멀리서 걸음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참가를 결심했는지 묻자 남성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오는 게 맞는 거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외쳐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아침 10시께. 열기가 한창 오를 무렵에 탄핵 찬성 진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 길에서는 마산, 산청, 강릉, 제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어르신들을 지나쳤다.
찬성 진영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아무도 확신하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회 장소로 들어서자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고 적힌 종이를 나눠주거나, 아스팔트 도로 위에 깔고 앉을 간이 방석을 건네는 주최 측이 있었다. 방석을 받아 들고 시민들 사이에 섞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선고의 시간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떨려서 미치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최 측도 음악을 멈추고 결과를 지켜볼 준비를 했다. 사회자는 "이제 10분 남았습니다!"라고 외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낮 11시. 탄핵 찬성 집회 주최 측이 커다란 스크린에 MBC 뉴스를 띄웠다. 화면 속에 헌법재판관이 등장하자 잠깐 어수선했다가 고요해졌다.
재판관이 결정문 낭독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재판관이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을 때는 환호성을 질렀고, 야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문장을 읽을 때는 정적이 흘렀다.
11시 22분. 재판관이 전원일치 파면을 알리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기쁨을 표했다. 축제 분위기였다. 서로 얼싸안는 이들도 있었고, 긴장이 풀렸는지 주저앉아 우는 이들도 있었다.
탄핵 반대 측은 어땠을까. 현장에 경찰이 대거 투입된 까닭은 선고 직후 돌발 상황이나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위급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둘러 반대 진영으로 이동하니 사회자가 있던 무대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올라서 있었다. 전 목사는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가 나온 배경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참가자들에게 들려줬다.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뜨는 길에 반대 측 참가자들의 모습을 봤다. 찬성 측과는 다른 의미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쏟는 이들이 있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법이 다 무너졌다"거나 "이재명 살판났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탄핵 찬반 양측의 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양측은 5일 광화문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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