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3조 넘긴 순익…우리만 역성장
100조 펀드 조성·기업대출 확대 나서
CET1 13% 상회…자사주·배당 확대

4대 금융지주 본사.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사.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0조원을 넘겼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자이익은 견조했고 비이자이익은 뚜렷한 반등을 보이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자 장사를 겨냥한 대통령의 직설적 경고 이후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전환을 압박하면서 4대 금융은 대출과 펀드 중심의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비이자이익이 끌고 비은행이 받쳤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총 10조32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KB금융이 3조4357억원, 신한금융이 3조374억원, 하나금융이 2조3010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우리금융은 1조5513억원으로 11.6% 줄었다.

이자이익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4대 금융의 순이자이익 합계는 21조원을 웃돌았다. 하나금융이 전년 대비 2.5% 늘었고 우리금융도 2.7%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1.4% 증가한 반면 KB금융만 0.4% 소폭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자산 확대와 저비용성 예금 증가가 순이자마진(NIM) 방어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회복 흐름이 확연했다.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7조2122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이 수수료·파생상품·외환이익 등으로 수익을 끌어올렸다. 신한은 2조2044억원, KB는 1조9660억원, 하나는 1조39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이 모두 1000억원 이상 순익을 내며 실적에 기여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일회성 이익의 기저효과와 대손충당금 확대, 일부 비은행 계열사 부진이 겹치며 실적이 뒷걸음쳤다.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이 수익성 둔화를 겪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수익구조가 과거보다 다변화되며 비은행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하반기 경쟁력은 포트폴리오 조정 능력과 자본정책 유연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격차 좁히는 우리


재무건전성도 함께 개선됐다. 2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KB 13.74%, 신한 13.59%, 하나 13.39%, 우리 12.76%로 모두 규제 기준을 상회했다. 이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여력을 반영하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각 지주는 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8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920원 분기배당을 결정했고, 신한은 8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주당 570원 배당을 발표했다. 하나도 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주당 913원 배당을 단행했다.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 200원을 유지하며 연간 800원 수준의 환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에서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자산운용·글로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 기반 다변화를 통한 환원력 제고가 목표다.


정부 경고 이후 100조 펀드로 응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금융권 수익구조에 잇따라 경고를 날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신경 써달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도 28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자금을 미래산업·벤처·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 분야로 유도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금융권은 100조원 규모 생산적 금융 펀드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이 모펀드를 만들고 민간 금융회사가 하위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모험자본, 중소기업, 지역경제 지원 등이 목적이다.

은행들도 기업대출 확대 전략에 착수했다. 상반기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율은 1.1%로 가계대출(2.8%)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하반기부터는 6~7% 수준의 여신 성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중소법인 대상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과 협력해 보증비율 우대·보증료 지원 등도 확대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하나은행은 하반기 107억원을 특별출연해 4200억원 규모 금융지원을 시작했다. 5% 초과 중소기업 대출금리에 대해 금리를 2%포인트 감면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신용보증기금도 신한은행, 기업은행과 총 30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마련해 유망 창업기업과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보증비율 우대와 보증료 차감 혜택을 포함해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부담이다. 5월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까지 올라섰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도 병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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