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가중자산 축소로 CET1 12.76% 달성
제조업 대출 확대·SOHO 축소로 건전성 강화
상반기 민생금융 2820억원 집행 '목표 초과'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올 상반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한 우리금융그룹이 외형 확장보다 내실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자산 구조 조정, 자본비율 개선, 민생금융 확대 등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 전략이 두드러진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6월 말 12.76%로, 지난해 말 대비 0.63%포인트 상승했다.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 개선으로, 상반기 RWA는 230조411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0% 감소했다. 이는 금리·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조정한 결과다.
이 변화의 실행 주체는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잔액을 전년 말 대비 3.6% 줄인 179조원으로 맞췄다. 세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5.5%, 위험도가 높은 소호(SOHO)대출은 9.4% 축소했다. 공격적인 외형 확대 대신 위험부담을 낮추고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경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중기통' 출신인 정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금융 구조를 재정비하고 자산 효율화,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집중해 왔다. 단기 수익성보다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는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기업금융 재편…우량자산·신성장 산업으로 이동
대출을 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축소하면서 신성장 제조업 중심의 우량 여신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실제로 기업대출 중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말 24.1%에서 상반기 25.9%로 1.8%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의 협약을 통한 정책보증대출 확대가 주요 요인이다.
또한 'ACT(Advanced Care Together)'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금리 지원과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를 포함해 상반기 총 10조원 넘는 기업 금융지원이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외환 대응력 강화를 위해 본점 딜링룸을 전면 리뉴얼하고 '우리WON FX' 플랫폼과 런던 지점 FX 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또한 최근 영국 런던에 '런던트레이딩센터'를 신설해 24시간 글로벌 외환 거래 체계를 강화했다. 고환율 국면에서 실질적인 기업 지원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생금융 목표 초과…신탁 부문도 성장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민생금융 지원에 2820억원을 집행했다. 애초 목표치였던 2758억원보다 62억원 많은 규모다. 이 가운데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1836억원을 투입해 약 21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이자 캐시백을 제공했다. 자율 프로그램에서는 청년 학자금대출 상환금, 임산부 보험료, 출산축하금, 교통비 지원 등 984억원을 집행했다. '소상공인 119 Plus'와 '햇살론 119' 등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신탁 부문도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ELS 사태 이후에도 관련 상품 판매를 이어온 우리은행은 상반기 신탁 수수료 수익이 15.88%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로, 하반기 ELS 시장 재개 국면에서도 대응력을 기반으로 입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는 확보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우리WON기업' 등 기업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AI 기반 여신 심사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화문BIZ프라임센터 등 거점을 확충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RWA 제도 개편 흐름에 맞춰 우량기업 대출을 확대하면서도 건전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