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케데헌' 콜라보 선점 효과 뚜렷
삼양 '불닭' 시리즈 글로벌 호조 지속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 1조원 돌파
[뉴스포스트=허서우 기자] 국내 식품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협업 효과로 급등세를 탔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콘텐츠 마케팅과 수출 확대 전략이 주효하면서 K-라면 업계 전반에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케데헌' 인기에 농심 주가↑…콜라보 제품 완판까지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1일 전일 대비 9.17%(7만8500원) 오른 48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2일 장중에는 57만900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심의 주가 상승은 케데헌 협업 마케팅이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농심은 케데헌과 손잡고 한정판 캐릭터 제품을 출시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라면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제품은 실제 극 중 등장 캐릭터 디자인을 활용해 구성됐다. 출시 이후 일부 제품은 유통 매장에서 조기 완판되기도 했다.
이번 협업은 케데헌 팬층을 겨냥한 한정판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신라면과 새우깡 등에 캐릭터를 입힌 스페셜 패키지 형태로 선보였다. 제품은 지난달 말부터 약 한 달간 전국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콘텐츠와 식품을 결합한 이색 협업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농심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호조에 최고가 달성
삼양식품의 주가도 최고가를 달성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1일 종가는 163만원으로, 전일 대비 5.23%(8만1000원) 상승했다. 장중에는 166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삼양식품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건 단연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불닭 시리즈는 해외에서 하나의 '매운맛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또 최근에는 케데헌 캐릭터들이 '매운맛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불닭이 K-콘텐츠와 결합된 대표 라면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급 확대에도 수요는 여전히 넘친다. 삼양식품은 올해 밀양 제2공장을 증설해 생산량을 약 30% 확대했지만,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K-라면 수출 1조 시대…주가 상승 이어질까
K-라면의 글로벌 위상도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7억3172만달러(한화 약 1조184억원)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9% 증가한 수치다.
수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 증가율은 매달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월부터 6월까지 월별 수출 증가율은 각각 △25.3% △30.4% △25.8% △24.1% △18.1% △21.4%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기반 마케팅과 수출 확대 전략이 맞물리면서 라면 업계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9월부터 협업 제품의 실적 기여가 나타날 것으로 주목한다"며 "넷플릭스 IP는 단기적인 화제성과 바이럴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며 영상 콘텐츠 자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해 효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약점으로 꼽힌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케데헌 효과가 한국 브랜드 전반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K-푸드에 대한 수요로 연결된다면 국내 식음료 기업들도 리레이팅(재평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