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 초저출산 재앙, 뒷수습에만 매달릴 건가
[온기운 칼럼] 초저출산 재앙, 뒷수습에만 매달릴 건가
  • 온기운
  • 승인 2019.09.23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정부가 지난 18일 인구구조변화 대응방안 1호를 발표했다.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에서 수개월간 논의한 내용을 결집한 것으로 그 골자는 기업에 60세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고용 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식 ‘계속고용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을 기업에 의무화하고, 그 방식은 재고용 혹은 정년 연장 또는 폐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고용연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례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현 62세에서 2023년에는 63세,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로 점차 늦춰지는 만큼 이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거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추락하는 출산률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정부가 생산인구 확보를 위해 정년 연장 카드를 공식화하고 나섰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고 이해 집단간의 갈등도 예상돼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당장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기업들과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로부터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임금을 대폭 삭감하지 않고 연봉이 높은 고령층을 계속 고용할 경우 청년층을 신규 고용하는 것에 비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정년이 연장되면 한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정부가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분기당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킴은 물론이다.

문제는 정부가 저출산에 대한 근본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사후약방문격 시책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세월을 보내다간 대한민국이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 쓰나미에 쓸려나갈 판이다.

초저출산 문제가 말등의 불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통계청은 올 초 올해 출생아 수가 작년보다 더 줄어든 30만 9000명, 합계출산율은 더 낮아진 0.94명이 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로 작년 기준으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0.98)인 유일한 국가로 기록됐다. 총인구 감소 시점은 2031년에서 2028년으로 3년 앞당겨지고, 생산가능인구도 작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 나라의 인구가 장기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초저출산률로는 한국의 장래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일찍이 삼성경제연구소는 저출산 추세가 유지되는 경우 2100년 총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468만명으로 줄고 2500년에는 2010년 인구의 0.7%인 33만 명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바 있다. 이 때가 되면 한민족이 소멸되고 한국어도 죽은 언어가 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곁들였다.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그의 저서 ‘21세기 지식경영’에서 저출산 국가들이 ‘집단적 자살 행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에서 특히 일본과 이탈리아를 지목했지만 당시 이들 국가는 출산율이 1.3 이상으로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의 상황이 정말 심각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도 한국을 찾았을 때 ‘집단적 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는 표현을 했다.

1970년대에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며 산아제한 운동을 펼쳤던 나라가 어찌하여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게 됐는가.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반려동물은 길러도 아이는 키우지 않겠다”는 나라가 돼 버렸는가.

저출산은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 충격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1%로 떨어져 OECD 최하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인구감소에 따라 노동의 성장 기여도가 급속히 감소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세수가 줄어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사회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120조원 이상을 퍼부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만혼(晩婚)으로 인한 결혼연령 상승과 결혼기피 증대, 교육 및 보육 비용 부담 과다 등 여러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결혼기피 풍토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교육 및 보육비 부담을 줄이고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출산율 제고에 성공한 프랑스나 정부 조직 내에 ‘1억총활약담당상’을 설치해 출산율 제고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절실한 것은 사회분위기를 확 바꾸눈 일이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풍토가 이 땅에서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자아실현을 위해”,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니까” 등 나홀로족이 내세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국가라는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이들의 사고를 바꿀 수 있는 의식전환과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결혼 기피자들은 결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스탠리베커(Gary Stanley Becker)는 결혼의 경제적 이득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한 사람이 사는 것보다 두 사람, 그리고 자녀를 낳아 여러 사람이 함께 살 경우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음식을 해먹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음식을 해먹으면 돈이 적게 든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득이 줄거나 병에 걸렸을 때 배우자나 자식들한테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득뿐만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 남녀가 짝을 이루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독신으로 살 때보다 더 큰 정신적 만족감과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사람은 결혼을 통해 정신적, 도덕적으로 더욱 성숙될 수 있으며 고독과 허무, 무절제와 방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기운 kuohn@ss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