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보생명·교보문고 한글날 맞아 증강현실(AR) 게임 선봬
- 광화문역→광화문광장→세종이야기 등 광화문 일대 배경
- 11월 7일까지 진행, ‘더 미션’ 앱 다운로드해 무료 참여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교보생명과 교보문고가 9일 573돌을 맞은 한글날을 기념해 AR 추리게임 ‘훈민정음을 구하라’를 선보였다. 게이머들은 광화문 일대를 배경으로 훈민정음 반포를 위한 증강현실 임무를 수행해나가게 된다.

<뉴스포스트>는 한글날을 닷새 앞둔 지난 4일 ‘훈민정음을 구하라’를 직접 체험하며 최종 미션까지 달성해봤다. 주어진 임무를 하나하나 해결할수록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까닭에 공감했고, 훈민정음 반포에 따랐던 당시 기득권의 거센 저항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비켜! 놔, 안 놔?” 뜻밖의 난관...‘광장 정치’

세종대왕상 기단을 점거한 대진연 회원들. (사진=이상진 기자)
세종대왕상 기단을 점거한 대진연 회원들. (사진=이상진 기자)

‘훈민정음을 구하라’는 3세 이상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가 돼 있는데, 이 점이 기자를 방심하게 했다. 기자가 3살이었던 시절은 무려 30여 년 전이었으므로, 그 나잇살만큼 훈민정음의 미스터리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자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에 대한 답은 평소 교보문고를 찾는 독자라면 굳이 주어진 장소를 찾지 않아도 맞출 수 있는 것이었다. 기자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 위치한 앙부일구에 도달하기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미션을 달성해나갔다. 하지만 이것이 초심자의 행운임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 앞에 위치한 해시계 앙부일구의 시간을 읽는 미션 수행부터 뜻밖에 난관에 부딪혔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광장 정치가 문자 그대로 기자의 눈과 귀를 막고 발길을 붙잡았다.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을 외치는 일단의 무리를 지나 세종대왕상 앞의 앙부일구로 향했다.

앙부일구 위를 가로질러 설치된 폴리스라인. 지금의 사태를 세종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진=이상진 기자)
앙부일구 위를 가로질러 설치된 폴리스라인. 지금의 사태를 세종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진=이상진 기자)

한데 기자가 미션을 위해 읽어야 하는 앙부일구 바로 앞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세종대왕상을 점거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이 기단(基壇)에 올라 ‘자유한국당 해체’ ‘미군 철수’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폴리스라인 바깥으로는 대진연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비켜! 비키라고! 놔, 안 놔?” 등 목소리를 높이며 경찰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고 좌충우돌하다가, 앙부일구 앞에서 미션이 내어준 시간을 계산하려 애쓰는 기자와 어깨가 부딪히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답을 맞히고 세종대왕상 아래 위치한 ‘세종이야기 전시관’으로 들어가려던 기자의 앞을 경찰과 소방관들이 막아섰다. 세종대왕상을 점거한 대진연 회원들이 추락할 위험이 있어 에어 매트를 설치해 놓았다는 것이다. 결국 훈민정음 미션은 1시간여가 지나고 집회 현장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세종이야기 전시관으로 들어가면서, 세종대왕은 둘로 나뉜 지금의 광화문을 어떻게 볼지 문득 궁금해졌다. 

대진연 회원들의 추락에 대비해 설치한 에어 메트가 세종이야기 입구를 막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대진연 회원들의 추락에 대비해 설치한 에어 메트가 세종이야기 입구를 막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쉽지 않은 미션...하나 강호의 도는 죽지 않았으니

세종이야기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미션 해결을 위한 전시관 지도가 바로 보였다. 관람 순서에 따라 번호를 연결하는 미션이었다. 이미 앞서 문제를 풀고 있는 경쟁자들이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경쟁자들과 그들의 어머니들 사이에 기자도 미운 오리 새끼처럼 어색하게 끼었다. ‘이 아저씨는 혼자 여기서 뭐 하나’란 따가운 눈총을 견디며 문제를 풀었다.

이 문제를 푸는데 15분가량을 소진했다. 문제 자체가 문제였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훈민정음을 구하라’를 만든 관계자들에게 따지고 싶다.

훈민정음을 구하기 위한 미션을 풀고 있는 기자의 경쟁자들. 만만치 않았다. (사진=이상진 기자)
훈민정음을 구하기 위한 미션을 풀고 있는 기자의 경쟁자들. 만만치 않았다. (사진=이상진 기자)

운 좋게 문제를 풀고 안으로 향하는 기자를 선망과 원망이 뒤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는 어린 경쟁자들에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벗이 되는 것. 강호의 도란 그런 것이다. 기자는 이들에게 ‘친구야, 이렇게 하는 거래’라며 문제를 설명해준 뒤 다음 미션을 위해 전시관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관 내부에서 진행되는 미션들은 집현전부터 파저강 전투까지, 세종대왕의 과학과 예술, 군사정책 등을 총망라했다. 모든 미션들은 안내해주는 전시관의 자료들을 충분히 살핀다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종대왕의 삶과 사상, 업적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학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미션에 참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훈민정음과 관련된 미션들의 경우 난이도가 쉽지 않은 데다 한글 창제 원리를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추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본다면, 재미는 물론이고 한글과 국어의 이치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훈민정음 창제의 이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사진=이상진 기자)
훈민정음 창제의 이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사진=이상진 기자)

▲의미 있는 광화문 나들이하고 싶다면 ‘훈민정음을 구하라’ 추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작한 ‘훈민정음을 구하라’의 미션은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마무리됐다. 광화문역에서 광화문점으로 바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최종 미션 수행 장소가 나온다. 여기서 미션을 수행하며 찍은 사진을 올릴 수 있고, 원하지 않는다면 사진을 게재하지 않아도 된다.

AR 추리게임 ‘훈민정음을 구하라’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더 미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야 한다. ‘훈민정음을 구하라’ 이벤트는 내달 7일까지 무료로 진행되고 이벤트가 종료된 뒤에는 유료로 전환된다. 이벤트 참가자들은 추첨을 통해 공기청정기와 스타일러 등 천만 원 상당의 경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훈민정음 반포 573돌을 맞아 의미 있는 광화문 나들이를 하고 싶은 일반인과 학부모, 학생 들이라면 이번 이벤트에 참가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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