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입니다”
지난 12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은 류호정 의원이 이날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법안은 성범죄 처벌 강화 등을 위한 형법 개정안으로 김상희 국회부의장,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정춘숙 위원장 등을 포함해 12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류 의원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개정안은 형법 제32장을 단순히 몇 가지 구성 요건과 형량을 고치는 게 아니다”라며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시대의 변화와 국제적 흐름에 맞춰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이라고 소개했다.
형법 제32장의 명칭은 ‘강간과 추행의 죄’다. 류 의원은 형법 제32장의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변화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가 출연하면서 명칭을 ‘성적침해의 죄’로 변경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25년 전인 1995년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졌다. 1953년에 제정된 ‘정조에 관한 죄’가 42년이 지나서야 가치중립적인 ‘강간과 추행의 죄’로 명칭이 개정됐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재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20대 국회에서도 5개 정당에서 10개의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 됐다.
개정안은 크게 3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간음’이라는 법문을 모두 ‘성교’로 바꿨다. 사전적 의미로 ‘간음’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음을 뜻한다.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할 수 없다. 또한 간음이라는 단어 뜻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내포돼 있는 점도 문제시 됐다.
아울러 강간죄를 규정한 형법 제297조의 항을 세 개로 나눴다. ▲ 제1항 동의 없이 성교한 행위 ▲ 제2항 폭행, 협박, 위계 또는 위력으로 성교한 행위 ▲ 제3항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성교한 행위다.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제1항은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한 것이다. 류 의원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폭행·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한 강간죄를 동의 여부를 기반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지난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성폭력상담소의 상담 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행’이나 ‘협박’ 없이 (성폭행이) 이뤄지는 경우가 약 71.4%였다”며 “기존의 형법이 현실에서 발생하는 강간 사건을 포섭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증언했다.
제2항은 ‘업무상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삭제하고, 기본 강간죄 구성 요건을 확장한 것이다. 류 의원은 “현행 형법 제303조는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와 위력이 존재해도 ‘업무상’ 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정 대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법문과 구성 요건의 개정으로 의미가 없어졌거나 다른 형사법과 처벌이 중복되는 법 조항을 삭제하는 등 체계를 정리했다”며 “강간 등 상해치사, 강간 등 살인치사와 같이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 현저히 낮은 형량을 상향 조정해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법안”이라고 전했다.
